1994년 미일 정상회담서 1차 북핵 위기 의제로 논의
日외무성 외교문서 공개…美 "긴급사태 생각해둘 필요"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1994년 2월 미일 정상회담 때 제1차 북핵 위기가 의제로 다뤄졌다고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이 이날 공개한 6천800여쪽 분량의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백악관에서 열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때 동석한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핵 개발 강행과 관련해 "컨틴전시(예측하기 힘든 긴급사태)를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고 얘기를 꺼냈다.
1차 북핵 위기는 북한이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비롯된 위기로, 1994년 10월 핵시설 가동 중단과 경수로 제공 등의 내용을 담은 제네바 합의로 마무리됐다.
당시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한 제재 부과 때 "일본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고 호소카와 총리는 "국내법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책임 있는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호소카와 총리는 정상회담 전 만난 밥 돌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로부터는 "북한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본이 걱정하지 않는 데 미국이 왜 걱정해야 하느냐"는 지적을 받고 자위대의 직접 관여는 어렵지만 "미군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는 당시 미군에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했지만 당시 법률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 과제가 됐고 그 뒤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 방식을 규정한 일미방위협력 지침 개정 등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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