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친중 대만 야당 당수와 꾸는 '통일 꿈'…"도전 요인도 산적"

입력 2025-12-24 11:24
中, 친중 대만 야당 당수와 꾸는 '통일 꿈'…"도전 요인도 산적"

SCMP 보도…"中-정리원 국민당 주석 간 일치된 양안 정책 불가능"

"정 주석의 '양안 평화 100년' 주장, 장기적 분리 정책 지지"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지난 10월 친중 성향 여성 정치인 정리원(鄭麗文·56) 국민당 주석(대표) 당선을 계기로 대만 통일 기대감을 키우고 있으나, 도전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정 주석은 친미·반중 성향 민주진보당(민진당) 집권 세력과는 달리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 통일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 중국 당국은 이를 활용해 '통일 공작'에 힘을 쏟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 주석 당선 후 보낸 축하 서한에서 이전의 통상적인 표현을 넘는 수준으로 통일 추진을 위한 공동 노력을 촉구한 데 이어 조만간 정 주석의 방중 때 직접 만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흘리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시 주석은 축하 서한을 통해 "양당(중국 공산당·대만 국민당)은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이라는 공동의 정치 기반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하며 양안 교류와 협력을 증진해왔다"며 "공동의 정치적 기반을 견지하고, 대만 동포를 단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의 5년간 '3기 집권'이 종료돼 제21차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당대회)에서 추가 집권 여부가 결정될 시점인 2027년 이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은 친중 대만 야당을 파트너 삼아 통일 작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SCMP는 중국 정체성을 강력히 표명하고 양안 화해 촉진을 공언해온 정 주석이 대만 집권 민진당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면서, 베이징 당국은 이런 점을 새로운 기회로 여긴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중국 당국으로선 무엇보다 정 주석이 92공식에 찬성하고 대만의 우크라이나화에 반대한다는 점을 높이 산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 주석은 당선 후 미국 유력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본토의 급속한 성장은 4년 전은 물론 10년 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전쟁을 피하고 양안 간에 모든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만이 우크라이나처럼 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민난사범대의 대만전문가인 왕젠민 교수는 이런 점이 중국 당국에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 주석은 대만대 법학과 재학 시절 대규모 학생운동인 야백합운동(野百合學運)에 참여했고 졸업 후 민진당에서 활동하다 국민당으로 전향한 인물이다.

민진당에서 국민대회 대표(현재의 입법위원 격)와 청년부 부주임 등을 역임하며 정치 경력을 쌓았으나, 2002년 투싱저 당시 행정원 위생서 부서장의 성 비위 사건에 대한 논평 때문에 민진당 당원 자격 정지 처분을 받자 탈당한 뒤 2005년 국민당에 입당했다.

이후 국민당 당적으로 비례대표 입법위원과 행정원 대변인 등을 거치면서 '전사' 이미지를 얻었고, 군·공무원·교사 계층의 지지를 받아 국민당 주석 자리에 올랐다. 현재 민진당 소속의 라이칭더 총통의 대만 내 지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정 주석의 지지도가 차츰 상승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정 주석이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면서 차기 지방선거 압박, 그리고 국민당 내의 저항에 직면하는 등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정 주석이 당선 후 양안의 역사적 갈등을 해소하고 우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 주석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양안 평화가 1세기(100년) 동안 유지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언급이 논쟁을 부르고 있다.

이는 중국 내에서 정 주석의 해당 메시지가 3천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찬사를 받았으나, 반대 입장도 적지 않았다고 SCMP는 소개했다.

실제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 매체 관찰자망 최근 기고에서 "양안 평화 100년을 주장한 것은 사실상 장기적인 분리정책을 지지한 것"이라면서 중국 당국의 핵심 목표화는 동떨어진 입장이라고 짚었다.

또 연이어 3차례 총통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당이 2028년 총통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 주석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통일 의제를 추동할 동력이 있는지도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이 정 주석과 국민당에 대해 현실적인 기대를 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나온다고 SCMP는 전했다.

왕젠민 교수는 "정 주석이 중국 당국과 완전히 일치하는 양안 정책을 갖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정 주석이 양안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긍정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대만 밍촨대의 양카이황 교수도 왕 교수와 같은 견해라면서 "중국 당국인 특정인에게 모든 희망을 걸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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