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로봇굴기, 급성장 속 상업성은 아직?…'버블' 경고도
中정부 전폭 지원 속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선점…난립 우려
"인간노동 대체할만한 숙련도는 떨어져…활용처 부재 문제도"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TV쇼에서 춤 추고, 복싱 링 위에서 서로 겨루고, 마라톤 경기에 나가 뛰는 로봇들….
올해 중국 스타트업들이 잇달아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움직임은 종종 어설프기는 해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과잉투자로 인한 '버블' 우려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정 동작을 마스터한 로봇들이 대중의 눈길을 끌긴 했으나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만한 숙련도는 부족해 상업성은 여전히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중국의 '로봇 굴기'는 중국이 이미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전기차 분야에 비견되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의 로봇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로봇을 공장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미국, 독일을 한참 앞서가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중국에서는 이미 200만대의 산업용 로봇이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중국 공장들이 약 30만 대의 신규 로봇을 설치한 반면 미국 공장에서는 약 3만4천대의 신규 로봇이 배치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공공 및 민간 투자자들은 올해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스타트업들에 50억달러(약 7조4천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최근 5년간의 투자액을 합한 수준의 규모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칠 만한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일정한 패턴을 따르도록 프로그래밍되기는 했으나 갑자기 발생한 특정 상황에서 반응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쓰임새, 즉 상업성에 대한 의문은 쉬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연구 관리자인 P.K. 쩡은 중국 기업들이 로봇을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처가 없다면 제품을 출하할 수 있다고 해도 어디에 팔아야 할지는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의 주요 연구소와 대학들이 중국의 대표적인 로봇 스타트업인 유니트리의 제품들을 구입해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는 점 등은 중국에 고무적인 상황으로 평가된다.
유니트리는 올해 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며 등장한 '저비용 고성능'의 인공지능(AI) 대형언어모델(LLM)을 만든 스타트업인 딥시크와 같은 중국 항저우 기반의 스타트업이다.
중국 로봇 기업들은 지방정부 지원과 국가 지원 헤지펀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AI와 로봇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140억달러(약 20조7천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으며, 상하이시는 7천700만달러(약 1천139억원)의 초기 투자금으로 체화형 AI 기금을 설립했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투자 지원으로 업계에 기업들이 난립하며 이른바 '버블'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술 분야 전문 시장조사 기관인 옴디아의 수석 애널리스트 리안 졔수는 "중국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선공'(先攻) 전략을 취한다"며 "이는 대체로 다수의 공급업체가 제한된 시장에서 싸우는 결과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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