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공시지표, 기업의 실질적 변화 반영토록 재정비해야"

입력 2025-12-09 14:38
"지배구조 공시지표, 기업의 실질적 변화 반영토록 재정비해야"

"이사회 운영 등 항목, 준수율 낮아"…"구체적·결과중심적 지표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내년부터 코스피 상장사 전체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가운데 지배구조 공시 지표가 기업의 실질적 변화 내용을 반영하도록 재정비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9일 임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의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나, 여전히 한국은 정성적 평가에서 낮은 순위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정량 지표 중심인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WDB)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성적 평가 비중이 큰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순위에서는 12개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8위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는 기업이 지배구조 핵심 원칙 준수 여부를 공시하고,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설명하게 하는 제도다. 핵심원칙은 크게 주주 권리, 이사회 기능과 역할, 감사제도와 관련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2017년 한국거래소 자율 공시로 처음 도입된 이후 단계적으로 의무 공시 대상이 확대돼 현재는 자산총액 5천억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가 대상이며, 내년부터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대상이 확대된다.

임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절차적ㆍ운영상 기업의 이행 부담이 적은 형식적 항목의 준수율이 상승하며 전반적인 지표 준수율은 올랐지만, 이사회 선임 및 운영 등 실질적 개선이 필요한 항목은 여전히 낮은 준수율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연이 올해 상장사가 공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집중투표제 채택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마련 및 운영 관련 지표 준수율이 특히 낮았다.

임 연구원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준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기업이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만 갖추거나 간단한 설명만 제시하더라도 사실상 준수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이에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이나 운영 방식에 변화가 없더라도 공시상으로는 준수로 표기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지표의 준수와 실질적 개선 간의 괴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시 항목인 핵심 지표 및 세부 원칙이 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과 질적 수준을 보다 명확히 반영하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실질적 변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결과 중심적인 지표로 항목을 재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 연구원은 또 "준수 여부뿐 아니라 그 근거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요구하고, 미준수 사유도 설득력 있게 서술하도록 함으로써 공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아울러 "공시의 충실도를 점검하는 감독 체계를 강화한다면 공시 내용의 질을 높이고, 공시를 통해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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