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뒤이을 ECB 총재 레이스 벌써 시작

입력 2025-12-08 19:07
라가르드 뒤이을 ECB 총재 레이스 벌써 시작

임기만료 2년 앞두고 자천타천 후보 거론

최고 실세 슈나벨 이사 "요청 있으면 준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 자리를 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의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았지만 집행이사 물갈이와 맞물려 이미 여러 명이 자천타천으로 후보에 올랐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독일)는 차기 총재를 맡을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요청이 온다면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나벨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6명으로 구성되는 집행이사회 멤버다. 지난해 블룸버그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라가르드 총재보다 슈나벨 이사의 금리 관련 발언이 더 영향력 있다고 꼽았다. 지난 8월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퇴임한 이후 ECB에서 가장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인사로도 꼽힌다.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중앙은행) 총재도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원칙적으로 통화정책위원회에 참여하는 모든 중앙은행가는 유로시스템(유로존 금융·통화 체계) 최고위직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며 ECB 총재 자리에 관심을 보였다.

클라스 크놋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와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코스 전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도 후보로 거론된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10월 "그를 6년 넘게 알고 지냈다. 지성과 체력, 소통능력을 갖췄다"며 크놋을 차기 총재 적임자로 평가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임기는 2027년 10월까지다. 라가르드에 앞서 내년 5월 루이스 데긴도스 부총재(스페인)가 퇴임하면서 집행이사회 개편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027년 임기가 만료되는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아일랜드)와 슈나벨 이사를 포함하면 2년간 이사 6명 중 4명이 교체된다.

역대 ECB 총재 4명 가운데 라가르드를 포함해 프랑스 출신이 2명,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출신이 1명씩이었다. 일각에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최대 경제국 독일이 총재를 낼 때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ECB 총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입김이 센 나라들 사이 정치적 타협으로 뽑는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라가르드 총재가 선임된 2019년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당시 독일 국방장관이 돌연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떠오르면서 프랑스가 ECB 총재 자리를 가져갔다는 게 정설이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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