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도…푸틴-모디, 석유·원전 등 에너지 협력 강화 합의(종합2보)
"양국 안보의 중요 요소"…푸틴 "인도에 연료 차질없이 공급할 준비"
루블-루피화 결제·인도산 농수산물 등 러시아 수출 확대 추진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 맞서 석유·원자력 등 에너지 부문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문제 삼아 인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행정부와 인도의 관계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인도를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이날 뉴델리의 총리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양국 유대가 "외부의 압박에 대해 회복력이 있다"면서 관련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에너지 협력이 양국 국가안보의 중요한 요소라면서 양국의 에너지 부문 협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석유·석유제품 같은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을 확인했다면서 에너지 부문 투자자들이 처한 도전을 다루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또 러시아가 설계한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비롯한 원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탐사·처리·정제 기술 협력 심화에도 관심이 있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석유·가스·석탄과 인도 에너지의 발전에 필요한 모든 것의 신뢰할 수 있는 공급원"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경제에 연료를 차질 없이 계속 수송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도 "에너지 안보는 인도-러시아 동반자 관계의 강력하고 중요한 기둥"이라면서 원자력을 언급했지만, 석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두 나라는 또 인도산 상품의 대(對)러시아 수출 증대를 포함한 양국 무역 확대에 전념하기로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고율 관세로 타격을 입은 인도산 농수산물의 러시아 수출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
또 현재 연간 687억 달러(약 101조원) 규모인 양국 교역량을 2030년까지 1천억 달러(약 147조원)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제 협력 프로그램을 확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기업들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인도 루피화를 점점 더 많이 쓰면서 러시아 루블화-루피화 결제 비중이 이미 양국 상업 거래의 96%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두 나라는 차질 없는 무역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루블화-루피화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또 러시아가 속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인도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AEU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벨라루스·아르메니아 등 5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두 정상은 또 인도의 자주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양국 국방 협력을 첨단 방위 플랫폼의 공동 연구개발(R&D)·생산으로 재편하고 있다면서 방산 합작회사를 만들어 인도군의 군사 장비 수요를 충족하고 우호적인 제3국으로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두 나라는 또 인도 전문 인력의 러시아 이주를 허용하는 이동성 협정을 처음으로 체결했으며, 인도는 러시아인 관광객에게 무료 전자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포괄적 개혁을 촉구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늘릴 경우 러시아가 새 상임이사국으로 인도를 지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앞서 이날 회담 모두 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은 전날 모디 총리에게 우크라이나 문제 현황, 미국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 브리핑했다면서 인도의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 노력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디 총리는 "인도는 중립이 아니라 평화의 편"이라면서 "세계가 평화로 되돌아가야 하며, 우리는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앞서 뉴델리의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을 방문, 헌화했다.
이어 기념관 방명록에 간디가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독재와 패권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와 평등·상호 존중, 국민 협력의 원칙에 기반한 세계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러시아와 인도는 바로 이런 원칙과 가치를 국제무대에서 함께 수호하고 있다"고 썼다.
jh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