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말 인사 '세대교체' 뚜렷…구조조정으로 조직 혁신
SK 임원 규모 10% 축소…내실 다지며 '허리띠 졸라매기'
조직 슬림화 속 젊은 리더 전진 배치…AI 등 체질 개선 속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한지은 기자 = 국내 주요 그룹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 일제히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높이고 조직 혁신과 내실을 강화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총 85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전년(75명) 대비 소폭 늘었지만, 2022년 165명, 2023년 145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신규 임원 선임에도 전체 임원 규모는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 혁신과 내실 강화 기조로 슬림화, 효율화를 꾀하고 있어 전체 임원 규모도 축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SKT는 임원 규모도 30% 가까이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컨트롤 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또한 인력 규모를 효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진한 사업에 대한 희망퇴직도 시행됐다. SK브로드밴드는 50세 이상 또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을 통한 재무구조 안정화와 본원적 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CEO 세미나에서 "O/I를 하려면 회사와 사업에 갖춰진 프로세스(절차)가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 꾸준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젊은 리더 발탁도 두드러졌다. 신규 선임 임원 85명 중 20%인 17명이 1980년대생이며, 60% 이상(54명)이 40대로 구성됐다. 최연소 신규 선임 임원은 1983년생인 안홍범 SKT 네트워크 AT/DT 담당이다.
현대차는 이날 사장단 인사에 앞서 국내사업본부 등 일부 조직 인사를 단행했다.
국내사업본부 정유석 부사장의 후임으로는 김승찬 신임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이끄는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은 송민규 부사장 후임으로 이시혁 북미권역상품실장 신임 전무가 승진 임명됐다.
정유석·송민규 부사장이 교체된 것은 제네시스 성장 둔화, 국내 판매 정체, SDV 중심 경쟁력 지속 약화 등에 대한 내부 책임론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성과 중심의 조기 세대교체 기조도 강화됐다. 주요 그룹들의 올해 인사에서는 전무·상무급 젊은 인재가 다수 상위 보직으로 이동했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는 '2인자' 정현호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박학규 사장이 사업지원실장에 위촉됐다.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던 노태문 사장은 정식 부문장으로 선임되는 동시에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노 사장은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로서 삼성전자를 이끌어 간다.
삼성은 오히려 승진 규모를 늘리며 과감한 세대교체에 나섰다.
임원 승진 규모는 2021년 이후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30대 상무는 2명, 40대 부사장은 11명이 배출됐다. 지난해 각각 1명, 8명이었던 데 비해 규모가 커졌다.
LG도 최근 인사에서 전자, 화학 등 핵심 계열사의 CEO를 교체하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LG그룹의 부회장은 권봉석 부회장 1인 체제로 바뀌었다.
승진 규모도 줄었다. LG의 정기 임원 인사 규모는 2023년도 160명, 2024년도 139명, 2025년도 121명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며, 최근 승진 폭은 98명에 그쳤다.
그런데도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리더의 발탁은 오히려 강화됐다. 올해 최연소로 승진한 상무, 전무, 부사장이 모두 AI 전문가로, 기술 중심의 젊은 리더십이 강화됐다.
전반적인 인력 감축 흐름도 감지된다.
LG전자는 전 사업부에서 만 50세 이상 구성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도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최근 성장한 AI 산업의 경우 전통적인 산업과 달리 전문가들이 젊을 수밖에 없어 AI에 적극적인 주요 기업의 임원들도 연령대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에 비해 주요 그룹의 오너 연령대가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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