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풍력발전 2030년까지 3배로…발전단가는 낮춘다

입력 2025-12-03 09:30
수정 2025-12-03 12:30
육상 풍력발전 2030년까지 3배로…발전단가는 낮춘다

범정부 전담반 구성…"확대 여지 있지만 22개 법령 인허가가 발목"

'저주파 소음' 등 환경·주민생활 악영향도 있는데 대책은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정부가 현재 2GW(기가와트) 정도인 육상 풍력발전 누적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6GW, 2035년까지 12GW로 늘리고 1kWh(킬로와트시)당 180원인 발전단가는 2030년까지 150원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육상 풍력발전 활성화 전략'을 내놨다.

풍력발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하지만 '저주파 소음' 등으로 환경과 주변 주민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력기반센터에서 '육상 풍력 범정부 보급 가속화 전담반' 첫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육상 풍력발전 활성화 전략을 공개했다.

전담반에는 기후부와 국방부, 산림청, 기상청, 강원도·경북도·전남도 등 지방자치단체,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 한국환경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국내 육상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2014년 0.1GW에서 올해 6월 기준 2.0GW로 매년 0.1GW 안팎씩 증가하는 수준에 그쳐왔다. 세계적으로 육상 풍력발전 설비용량이 2005년 58GW에서 작년 1천52.3GW로 10년간 18배로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딘 증가세다.

풍황이 좋은 고지대를 중심으로 풍력발전을 확대할 여지가 충분하지만, 22개 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복잡다단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기후부가 육상 풍력발전 허가를 받은 상태인 205개 사업(총 10.2GW 규모)을 전수 조사한 결과 98개(5.1GW) 사업이 인허가 때문에 지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풍력발전 수익이 지역에 공유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주민들이 사업 초기 단계부터 반대하는 점도 육상 풍력발전 확대를 막는 요인으로 봤다.

이에 정부는 육상 풍력발전 설비용량을 2030년 6.0GW, 2035년 12.0GW로 늘리기로 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해 국유림에 대규모 부지를 확보, 환경영향평가 등 주요 인허가를 사전에 진행해 사업 불확실성을 제거해주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경북 영덕과 영양 등 산불 피해 지역 대상 100MW(메가와트) 규모로 공공 계획 입지를 활용한 풍력발전 시범사업을 내년 준비를 거쳐 후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육상 풍력발전사업을 허가받을 때 사업자가 계측기를 설치해 풍력자원 자료를 확보해 제출하도록 하는 현재의 방식 대신 기상청 관측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또 각종 인허가를 '개발행위허가'로 간략히 처리할 수 있는 기준을 풍력발전기 터빈이 대형화하는 추세를 고려해 '10만㎡ 이하'에서 '20만㎡ 이하'로 확대하고 발전기를 건설할 때 필수적인 임도 사용과 관련해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서 풍력발전사업을 하려는 경우 대체지 발굴을 지원한다.

발전기를 주거지나 도로 등에서 일정 거리 이상 띄워서 짓도록 하는 이격거리 규제는 법으로 상한을 정해 지자체가 조례로 과도하게 설정하지 못하도록 막기로 했다.

국내 육상 풍력발전 산업 육성에도 나선다.

2030년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터빈을 장착한 풍력발전기 300기를 보급한다는 목표 아래 '공공주도형 경쟁 입찰'을 도입한다. 현재 육상 풍력발전기 터빈 시장은 국산이 45%, 유럽을 중심으로 한 외국산이 5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1∼3MW급 중소형 터빈, 소형 풍력발전기와 이를 에너지저장장치(ESS)·히트펌프 등과 연계하는 '마이크로 녹색시설' 등 기술 개발도 지원한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직접 풍력발전사업을 벌여 낸 수익을 공공사업에 사용하는 '바람 소득 마을' 모델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바람 소득 마을 풍력발전사업에 대해서는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전력계통 우선 접속을 보장한다. 또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날 전략엔 풍력발전이 환경과 주민 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소시킬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풍력발전기에서는 터빈이 돌면서 '웅웅'거리는 100Hz(헤르츠) 이하 저주파 소음이 발생한다. 지속적인 저주파 소음은 주민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는데, 지난 2022년 기후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는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에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배상을 요구한 전남 영광군 주민 163명에게 사업자가 1억3천8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하기도 했다.

풍력발전기는 철새의 이동 경로를 바꾸고 조류의 죽음을 불러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기도 한다.

기후부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풍력발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육상 풍력발전을 개발하자는 기조로 관계부처와 협의했다"면서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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