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ELS 역대급 제재 "상징적"…"업비트 해킹 그냥 못 넘겨"
취임 후 첫 간담회…잇단 해킹사고엔 "보안투자 형편없어" 질타
소보총괄본부 신설 등 조직개편 예고…공공기관 지정엔 반대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은행 5곳에 역대 최대 규모과징금 등을 사전 통지한 것과 관련해 "첫 리딩 케이스(선도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금융당국 입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최근 업비트 해킹 사고와 관련해서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엄정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고 대응 및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곳에 약 2조원의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지하며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이 원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금전 제재와 함께 은행 임직원에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도 함께 통보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소비자보호 상징성을 고려한 게 사실이지만 사후 구제 노력도 충분히 참작돼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고 있다"며 제재 수위 균형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부연했다.
조 단위 과징금 통보로 은행 자본 건전성 및 '생산적 금융' 여력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우려에는 자본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과징금 확정 전까지는 위험가중자산(RWA) 인식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모험자본 공급이나 생산적 금융 등 정책적 영역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최근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발생한 400억원대 가상자산 탈취 사건에는 "제재 (권한) 부분에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그냥 넘어갈 성격의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성"이라며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할 때 시스템 보안 강화를 하고 있는데, 추가로 점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 보안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롯데카드 해킹 사고 조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최근 사고들을 보면 우리 보안 시스템 투자는 미국과는 비교할 것도 없고 (국제) 평균에 비춰서도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보안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이 부분을 전면 보완하는 법률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규제와 제재 체계가 전면 도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합병 공식화로 '핀테크 공룡' 등장이 예고된 것을 두고는 "금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며 "내년 2∼3월에 증권신고서가 들어올 텐데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빅테크가 금융시장에 진출했을 때의 파괴력이나 안전장치가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문제의식들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등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소비자보호를 핵심 과제로 내세워 온 가운데 이달 중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도 나선다.
그는 조직 개편 방향에 관해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불완전판매뿐 아니라 상품 설계상 하자·제조상 책임 부분도 함께 다루려고 한다"고 말했다.
새 조직 개편안은 소비자보호 총괄본부를 별도로 두고, 은행·보험·금융투자 등 권역별 본부에서 상품 설계부터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하는 정부 조직개편안 논의가 진행됐던 것과 관련해서는 "그 이유에 관 잘 성찰하고 있다"면서도 "금융감독이 곧 소비자 보호라고 확신하는 만큼 두 가지를 분리하는 접근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는 논의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도 "지금도 금융위원회라는 중앙합의제 행정 기관에 의해 모든 걸 승인받는 구조"라며 "두 개 이상의 국가기관으로부터 감독받은 전례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이날 금감원은 한국회계기준원과 함께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열고 삼성생명[032830] 등 생명보험사의 새 회계기준(IFRS17) 상 일탈회계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금감원은 내부적으로 일탈회계를 허용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이날 관련 질문에 "정상적인 국제회계기준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며 "혼란 방지를 위해 2025년 회계 결산에는 (이번 방침)이 반영되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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