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터진 석화 구조조정…정부 강경책에 추가 감축 급물살 기대
롯데·HD현대 1호 NCC 사업구조 개편안 발표…최대 110만t 감축 전망
김정관 장관, 여수 방문해 "정부지원 제외" 경고…연내 데드라인 강조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직면한 석유화학업계의 나프타분해시설(NCC) 사업 구조 개편이 첫 결실을 맺은 가운데 연내 추가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사업재편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지원에서 제외하겠다는 초강력 카드를 꺼내든 만큼, 여수와 울산 산단에서도 다음달 안에 대형 통폐합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각각 가동 중인 NCC를 통폐합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을 물적 분할하고, 해당 분할회사를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NCC 설비를 합리화하고 일원화된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양사는 사업 재편안이 승인된 후 추가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NCC 감축량을 확정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 NCC 생산량 규모는 110만t, HD현대케미칼의 공장은 85만t이다. 이번 합의로 둘 중 한 곳을 셧다운할 경우, 최대 110만t 규모의 NCC 감축이 가능하다.
이번 성과는 석화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공멸을 막기 위해 자율 협약을 맺은 지 100일을 앞두고 나온 첫 결실이다.
앞서 석화업계는 올해 8월 연말까지 구체적인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고 총 270만∼370만t 규모의 NCC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110만t의 NCC를 감축할 경우 업계가 제시한 목표량의 약 3분의 1을 달성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석화업계 위기 극복을 위한 첫 물꼬를 텄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자율 협약 이후 여수와 울산에서도 NCC 통폐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번 대산 산단에서의 통폐합이 올 초부터 1년가량 진행된 협상의 결과인 것을 감안하면 다른 산단에서의 협상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무임승차 시도나 시간 끌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여수와 울산 산단을 향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 적극적인 구조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여수 산단을 방문해 "정부가 발표한 사업재편계획서 제출 기한은 12월 말"이라며 "이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수는 LG화학, 여천NCC 등이 있는 국내 최대 산단으로 국내 에틸렌 총 생산량의 절반가량인 626만t의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다.
최대 370만t이라는 감축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수 산단에서 최소 100만t이 넘는 대형 통폐합이 필수적이다.
현재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를 향해 여수 NCC를 매각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해 NCC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상황에 이번 김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어떠한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울산 산단에서도 지난 9월 김 장관의 방문 이후 뚜렷한 진척이 보였다.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3사는 지난달 30일 '울산 석화단지 사업 재편을 위한 업무협약(LOI)'을 체결하고 외부 컨설팅 기관을 선정해 사업재편에 대한 자문을 받기로 했다.
3사는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컨설팅에 착수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강력하게 연말이라는 데드라인을 강조한 만큼 여수나 울산의 주요 석화기업도 반드시 연내 구조개편안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라며 "1호 합의안의 사례를 참고해 다른 산단에서도 다음 달 쯤 감축 계획안을 제출할 것"고 말했다.
jak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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