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위 분리' 노조법 시행령에 재계 "단일화 원칙 주객전도돼"

입력 2025-11-24 15:49
'교섭단위 분리' 노조법 시행령에 재계 "단일화 원칙 주객전도돼"

"하청 교섭 급증으로 현장 혼란 불가피…경영 불확실성 커져"

원청 내 복수노조까지 분리 가능성…"또 다른 혼란 유발 우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홍규빈 김민지 강태우 기자 = 정부가 24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대해 재계는 하청노조의 개별 교섭 요구가 잇따르면서 현장 혼란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하청뿐만 아니라 원청 내 복수노조에서까지 개별 교섭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오는 등 경영 불확실성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고용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우선 진행하되 절차 중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교섭단위 분리제도는 노사 자율 합의가 어려울 경우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의 통합 또는 분리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재계는 노동위 판단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대신 교섭단위가 크게 늘어날 수 있고, 이로 인해 노사 협상이 지연되고 혼선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커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령 1차 협력사만 300개, 2·3차 협력사가 5천개에 달하는 등 국내 최대 협력사 생태계가 형성된 현대차의 경우 이들 협력사 노조가 모두 현대차를 상대로 개별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근로조건 차이부터, 업무 성질과 내용, 작업 방식, 작업 환경, 노동 강도 등으로 매우 다양해서 모든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며 "교섭창구 단일화가 원칙이 아니라 분리가 원칙인 것처럼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무분별하게 교섭단위 분리 결정 기준을 확대할 경우 15년간 유지된 원청 단위의 교섭창구 단일화가 형해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 문제가 1년 내내 발생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졌다"며 "하청 업체가 많은 기업의 경우 교섭이 한 곳이라도 흐트러지게 되면 공장 가동이나 생산 계획 등의 프로세스에 애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년 내 교섭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그다음 해로 넘어가게 될 수도 있는데, 이는 한국의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신호를 외부에 보낸 것"이라며 "새로운 투자자 확보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 외국계 기업들도 한국에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행령이 원·하청 노조뿐만 아니라 원청 내 복수노조와의 관계까지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교섭단위 분리 기준으로 기존 단위 유지 시 노조 간 갈등 유발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까지 포함된 상황에서 원청의 복수노조가 이를 근거로 각각의 창구 개설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으로 기존에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원청 사업장에 또 다른 혼란을 유발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원청마저 단위를 분리할 경우 혼란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섭단위 분리를 정부 소속인 노동위가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로, 이를 기업과 노조 모두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경우 하청업체만 수천 곳일 텐데 그들을 단위별로 나누고 분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한다고 해도 어떻게 단일화된 의견을 도출해낼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개입에 대해 기업도 노조도 불만을 가질 것"이라며 "정부가 노사 협약 과정에 직접 나서 이를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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