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멸종위기종 보호법 완화 추진…경제 논리 고려

입력 2025-11-20 18:40
트럼프 행정부, 멸종위기종 보호법 완화 추진…경제 논리 고려

서식지 근처 석유 시추 등 개발 수월하도록 길 열어

환경단체 "잔혹한 조치", 석유·가스업계 "과도한 규제 줄여"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동물과 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한 멸종위기종 보호법(ESA)에 따른 보호 조치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멸종위기종 주요 서식지에서 석유 시추, 벌목, 광산 개발을 더 쉽게 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새 규정 4가지를 마련했다.

특정 종의 멸종위기종 지정을 판단할 때, 서식지 근처에서 석유 시추 금지로 발생하는 손실 같은 경제적 요소를 고려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라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은 이러한 결정에 최선의 과학적 근거만 고려하도록 규정한다.

또 수십년 후 현실화할 수 있는 기후변화 영향 같은 미래 위협으로부터 종을 보호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내용도 새 규정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은 "수십 년 동안 주 정부, 토지 소유자, 기업, 원주민 부족에게 큰 부담이 되어 온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확하고 일관된 합법적인 기준으로 종을 보호하는 동시에 우리 땅과 자원에 생계를 의존하는 미국 시민의 삶도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21일부터 30일간 이번 제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이후 최종 규칙을 마련한다. 이 절차는 최대 2년 걸릴 수 있다.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따른 규제를 완화하는 신규 규정이 최종 확정되면 환경단체들은 법적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생물다양성센터(CBD)에서 정부 업무를 담당하는 스테파니 쿠로즈는 "트럼프가 야생동물을 다시 공격할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이번 조치는 지나치게 잔혹하다"고 비난했다.

반면 석유·가스 업계는 불필요한 규제를 줄인다며 환영했다. 업계는 멸종위기종 보호법이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프라 프로젝트를 막는 데 악용된다고 비판해왔다.

석유·가스 유통 협회인 웨스턴 에너지 얼라이언스의 멜리사 심슨 회장은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멸종위기종 보호법의 문제를 바로잡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는 것은 옳은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9년 개발과 자원 시추를 우선하는 경제 논리를 앞세워 시도한 멸종위기종 보호법 완화 조치와 비슷하다.

당시 대머리독수리, 그리즐리 불곰, 혹등고래 등 멸종위기종을 지켜온 '기간 보호법령'을 대폭 약화했으나, 이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뒤집혔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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