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탄자니아 대선 항의 시위 유혈진압 조사 촉구
인권수장 "'시신 비밀 유기' 보고…증거 은폐 시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유엔이 탄자니아에서 최근 불공정 논란에 휩싸인 대선에 항의하는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유혈 사태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12일(현지시간) AFP·A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인권사무소는 전날 성명에서 "지난달 탄자니아 대선 이후 발생한 시위 참가자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폴커 투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군경이 시신을 거리와 병원에서 수습해 공개되지 않은 장소로 옮겼다는 보고가 있다"며 "증거 은폐를 위한 명백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라고 탄자니아 당국에 요구했다.
제1·2야당을 배제해 공정성 논란 속 치러진 지난달 29일 탄자니아 대선에서는 사미아 술루후 하산 대통령이 97.66%의 압도적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대선 당일부터 다르에스살람을 중심으로 불공정 선거에 항의하는 과격한 시위가 이어졌고 군경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혈 사태가 빚어졌다.
제1야당인 차데마(CHADEMA)는 대선 당일부터 며칠간 벌어진 시위에서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1천명 이상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이를 부인한다.
정부는 군경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범죄 세력의 폭력에 대응한 것이라며 대선 후 2주가 지난 이날까지도 사상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선거 당일부터 차단된 인터넷 접속이 엿새 만인 지난 3일 복구된 직후 시위 희생자라고 주장하는 미확인 사진·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됐으나 정부는 공포를 유발하는 이미지를 공유하면 반역죄로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차단에 나섰다.
탄자니아 당국은 또 전날 차데마 부의장을 포함한 고위 인사 4명을 보석으로 석방했으나 시위와 관련해 300명 이상 기소했다. 이 중 최소 145명이 반역죄로 기소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아프리카연합(AU)은 이달 초 참관인단 보고서에서 탄자니아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한 민주적 선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탄자니아가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의 선거 참관인단도 앞서 "유권자가 민주적 의사를 표현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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