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에도 한계기업 퇴출은 미미…성장 부진 원인"

입력 2025-11-12 12:00
"경제 위기에도 한계기업 퇴출은 미미…성장 부진 원인"

코로나19 이후 고위험기업 3.8%…실제 퇴출기업은 0.4%뿐

한은 "유동성부족·혁신 기업 선별지원…규제완화로 신산업 투자촉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수 차례 경제 위기에도 한계 기업의 퇴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 구조적 부진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2일 공개한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나' 보고서에서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위기를 거치며 성장 추세가 구조적으로 둔화했는데, 대부분 민간 소비·투자 위축에 기인한다"며 "특히 민간 투자 둔화는 위기에서 한계기업 퇴출이 지연되는 등 '정화 효과'가 작동하지 않아 기업 역동성이 장기간 회복하지 못하는 이력 현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력 현상은 일시적 충격이 투자나 실업률 등 경제 변수의 장기 경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말한다.



한은이 실제 퇴출 기업의 재무 특성을 바탕으로 개별 기업의 퇴출 확률을 추정해 퇴출 고위험 기업을 식별한 결과, 금융위기 이후 2014∼2019년 해당 기업의 비중이 약 4%로 추정됐다. 하지만 실제로 퇴출당한 기업의 비중은 절반인 2%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에도 2022∼2024년 실제 퇴출 기업 비중(0.4%)은 퇴출 고위험 기업 비중(3.8%)을 크게 밑돌았다.

두 위기 이후 만약 고위험 기업군이 정상 기업으로 대체됐다면 같은 기간 국내 투자는 각 3.3%, 2.8% 늘고 국내총생산(GDP) 0.5%, 0.4%씩 더 성장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경제의 구조적 성장 둔화를 완화하려면 금융을 지원하더라도 기업의 원활한 진입·퇴출을 통해 경제 혁신·역동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혁신적 초기 기업 등을 선별·보조적으로 지원해 실효성을 확보하고, 개별 기업보다는 산업 생태계 보호에 중점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현재 주력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등에 더해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새 제품과 서비스 수요를 창출하고 경제의 미래 동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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