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소송제도 미비…경제적 인센티브 통해 활성화해야"

입력 2025-11-11 15:00
"주주소송제도 미비…경제적 인센티브 통해 활성화해야"

"이해 충돌 사안에 대한 사법 심사 강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올해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명문화됐지만, 이를 구현할 주주소송 제도가 미비하며, 이를 활성화할 경제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진규 한국증권학회장은 11일 여의도 금투센터 불스홀에서 열린 한국증권학회·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 공동주최 특별 심포지엄 개회사에서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가 명문화되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법적 장치, 특히 주주소송 제도의 활성화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게을리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고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전 회장은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은 이미 주주대표소송이 기업 거버넌스의 실질적 견제 장치로 자리 잡은 반면 우리나라는 지분 요건, 입증 책임, 절차상의 제약으로 인해 제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찬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도 환영사에서 "주주대표소송은 소 제기 지분요건이 여전히 높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을 근거로 한 소송은 법적 근거조차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주대표 소송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고일훈 일본증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199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주주대표소송 제소 건수는 139건, 승소율은 31.7%에 불과하다"며 "핵심 원인은 '경제적 인센티브 부족'으로, 승소 배상금이 회사에 귀속되고, 주주는 간접적 이익만 얻는 반면 패소 시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낮은 소 제기 비용(1만3천엔) 등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 중 상대적으로 소 제기가 활발한 편이며, 대만은 '투자자보호센터(SFIPC)'라는 공적 기관을 통해 지분 요건이나 보유 기간 제한 없이 상장사 등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한국과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다.

고 연구원은 "위법행위 억제라는 공공 편익을 고려해, 회복 손해액 이상의 소송 비용은 공적 영역이 부담하거나 공적 기관 운영비용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등 '최종 비용 부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공적 기관 도입, TPLF(제3자 자금 제공) 등 전문적 소송 주체가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이익 분배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제34조 5항'을 재검토해 TPLF를 허용하는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 연구원은 다만 "이러한 전문적 소송 주체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대신, 이들의 남용을 방지할 장치도 필요하다"며 "인센티브가 보장된 전문적 소송 주체가 제기하는 소송에 대해서는 승소 가능성 등을 더욱 엄격한 잣대로 심사해 불법·부당한 목적의 소송을 소송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주충실 의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입법 보완과, 이해 충돌 사안에 대한 절차적 보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동시에 제기됐다.

노종화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주제 발표에서 "미국에서는 지배주주가 회사와 소수 주주에 대해 충실 의무를 명확히 부담하고, 이해충돌이 있는 사안에는 '경영 판단의 원칙'(기업 이사나 임원이 관리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면 이에 따라 회사가 손해를 입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해충돌 상황에서 지배주주나 이사가 절차와 가격의 공정성을 입증해야 하며, 독립적인 특별위원회 심의나 소수 주주 과반 결의 등을 거칠 경우에만 경영판단원칙 적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도 이러한 법리를 참고해 이해충돌 사안에 대한 사법 심사를 강화하고, 절차적 보완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대규모 상장사에 대한 주주 대표소송 제기가 가능하도록 지분 요건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다른 주제발표자인 이상훈 경북대학교 교수는 "주주충실 의무의 도입은 기존에 별도의 규정이 없어 주식매수청구권 외에는 사실상 구제 수단이 없던 회사 충실 체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상법 제382조부터 제403조까지의 권리구제 관련 조문에 주주 충실의 취지를 반영하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며,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적극적인 해석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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