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알제리 '아프리카 최대' 37조 국방예산…군 실세 방한과 K-방산

입력 2025-11-13 07:00
[우분투칼럼] 알제리 '아프리카 최대' 37조 국방예산…군 실세 방한과 K-방산

임기대 부산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알제리 군 수뇌부 최고 인물인 사이드 샹그리하 알제리 국방특임장관 겸 합참의장이 지난달 18일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그는 알제리 군사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에서 개최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 참석했다. 방문 기간 한국의 방산업체와 안규백 국방부 장관 등과 양국 간 교류 강화에 관한 협의를 진행했다. 한국과 알제리 양국 국방부는 올 초 체결된 '국방협력 양해각서'를 토대로 국방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협약을 통해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교육·인적 교류 등 국방 분야에서도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샹그리하 장관의 한국 방문은 단순한 전시회 참석이 아니다. 국제 질서의 변화, 한국 방산 기술,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알제리의 역할을 함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번 방문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샹그리하는 알제리 권력의 핵심 실세다. 샹그리하는 알제리 내에서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의 이번 방문은 알제리 언론 매체(방송과 신문)에서 매일 보도할 만큼 비중 있게 다뤄졌다. 알제리는 독립 이후 역대 지도자 대부분이 군 출신이었다. 가장 최근 20년 장기 집권한 대통령은 압델라지드 부테플리카(재임 기간 1999∼2019)였다. 그는 군의 정치 개입을 줄였지만 실제로는 군과 밀착된 정권이었다.

현재 압델마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은 2019년 민중 시위 '히락'(Hirak)이 발생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민의 신뢰는 높지 않았지만, 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2024년 재선 역시 군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사실상 군이 없었다면 그의 당선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샹그리하 국방특임장관이 있었다.

둘째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우선시하던 알제리가 한국의 K-방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독립 이후 긴밀했던 러시아와 관계는 2023년 6월 테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이후 미묘한 흔들림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테분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을 통해 '심화된 전략적 협력선언'(Deep Strategic Partnership Declaration)에 서명했다. 2022년 이전까지만 해도 알제리의 무기 수입 중 약 70%가 러시아산이었다. 하지만 이후 점차 줄어 현재는 40%대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알제리 무기의 현대화와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조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예전만큼 러시아와 관계가 공고하지 않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알제리는 2025년 초 미국과도 방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샹그리하였다. 공교롭게 같은 시기 한국도 알제리와 '국방 협력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런 흐름은 러시아가 여전히 중요한 군 무기 공급 국가이지만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점차 벗어나, 독점적인 의존도를 지워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셋째 2026년 알제리의 국방 예산이 많이 늘어난다. 2025년 10월 대폭 증액된 알제리 국방 예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알제리 의회는 2026년 재정 법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은 국방부, 재무부, 교육부, 내무교통부, 보건부 순으로 배정됐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국방 예산이다. 전체 정부 예산 지출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총 국방 예산은 254억달러(약 37조원)에 달한다. 재무부 220억달러(약 32조원), 교육부 130억달러(약 18조1천억원), 내무교통부 100억달러(약 14조6천억원), 보건 50억달러(약 7조3천억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단연 압도적이다. 전년도 국방 예산이 180억달러(약 26조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왜 이렇게 많은 예산을 국방에 투입할까.

사회 기반 시설 부족에 따른 국민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사회·교육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전문가들은 알제리가 이미 이집트(94억 달러)와 모로코(134억 달러)를 제치고 아프리카 최대 국방 예산 지출국이 됐다고 평가한다. 알제리 정부는 이런 지출 확대의 원인을 "지역 불안정과 국가 주권 수호를 위한 군 현대화 작업의 방편"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알제리 정부는 사헬(Sahel)지역에서 전통적인 우방국이던 말리와 니제르와 갈등을 겪고 있다. 2025년 4월에는 알제리 공군이 말리 무인기를 격추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니제르와는 난민 문제와 내정 간섭 등의 문제로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말리와 니제르 군부 정권을 적극 지원(군사 훈련과 테러 집단 진압 등)하면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알제리 입장에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시한 행보로 비쳐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모로코와는 서사하라 문제로 여전히 알제리 외교의 최대 긴장 요인이다. 알제리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에 더해 리비아 정세 불안 역시 국방 예산 증액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요약하자면 알제리의 국방 예산 증가는 지역 불안정 대응을 위한 군 무기의 현대화, 첨단 방위 시스템 구축에 따른 것이다.



마지막으로 알제리는 우리 방위 산업 관련해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모로코와 적대관계에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샹그리하의 한국 방문은 단순한 외교 행보가 아닌 특별한 의미를 고려해볼 수 있는 중요한 외교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예산이 어떤 해외 파트너에게 사용될 것이며, K-방산 수출은 가능한 일일까. 현재 알제리의 정책을 고려하면 긍정적으로 보인다. 핵심은 연안 경비, 포병 현대화, 드론 감시 등 분야에서 한국 무기가 알제리의 구체적 수요와 얼마나 잘 맞느냐다. 또 알제리가 기존 러시아 중심 조달에서 얼마나 다변화를 지속해서 추진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기술 이전이나 현지 생산 등과 같은 협력 조건도 잘 맞아떨어진다면 K-방산에 분명 좋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미국과 관계 개선도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폭 증액된 국방 예산이 전액 무기 수입에만 투입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알제리 군부는 오랜 기간 대내외 안보를 이유로 무기 수입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돈을 좀 더 효과적으로 빼돌리기 위한 통로로도 활용해 왔다. 이 문제는 알제리 내부의 보이지 않는 권력 간 주도권 다툼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샹그리하의 한국 방문은 그가 국방특임장관과 동시에 군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합참의장이라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권력 기반이 취약한 테분 대통령으로서는 군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알제리는 점점 더 군사화되고, 권력과 자금은 군 엘리트에게 점점 집중되고 있다. 우리의 K-방산은 과연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막대한 군 관련 자금과 예산이 우리의 이익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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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대 교수

현 부산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및 중앙도서관장, 프랑스 파리7대학 박사(언어역사인식론), 저서 '베르베르문명', '7인 7색 아프리카' 외 다수. 한국프랑스학회장과 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HK)3.0 과제 주관연구소 연구 책임자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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