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휴전 깨뜨릴 최대 위협은 땅굴에 갇힌 하마스 잔당"
고립된 조직원 신병 처리 문제 두고 양측 협상 진통
전쟁은 전환기…이스라엘군, 2년여만에 예비군 감축 시작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체결된 휴전 협정이 여러 곳에서 삐끗대며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가자지구 땅굴 속 하마스 잔당의 존재가 협정 다음 단계 이행에 최대 복병으로 등장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의 터널 파괴 작업으로 하마스 일부 조직원들이 땅굴 속에 고립돼 있다며 이들의 이스라엘군 추가 공격 가능성과 신병 처리 문제 등이 현재 휴전 협정 이행의 난제로 떠올랐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마스는 그간 가자지구 아래 거미줄식으로 터널을 뚫어 전쟁 기간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왔으며 이스라엘군은 지난 5월부터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해 땅굴을 없애는 작전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땅굴 속 하마스 잔당들은 현재 식량 공급도 끊기고 탈출구도 차단된 채 고립된 상태다.
이스라엘과 휴전 협정을 중재한 아랍 국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땅굴에 남아있는 하마스 잔당의 규모는 약 200∼300명 정도다.
대부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고립돼 있지만 일부는 휴전 협정 후 이스라엘이 통제 중인 가자지구 중부와 북부에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협정을 중재 중인 미국은 지난주 적십자사를 통한 하마스 잔당 이동을 양측에 제안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잔당의 안전한 통행권 보장은 이스라엘 인질의 더 많은 귀환과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터널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부에서 하마스 잔당을 체포하거나 사살해야 한다며 반발이 계속되자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4일 입장을 바꿔 이들의 안전한 이동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입장 변화는 하마스 잔당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스라엘군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WSJ은 휴전 협정 체결 후 지난달 이스라엘 공병대가 가자지구 철수선(옐로라인) 뒤쪽에서 땅굴을 파괴하던 도중 비밀 갱도에서 튀어나온 하마스 잔당이 이스라엘군 굴착기를 향해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 이스라엘군 2명이 숨진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며 곧바로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협상에 참여 중인 하마스는 땅굴에 고립된 조직원들과 소통할 수단이 없다며 당시 공격에 책임을 부인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이런 설명을 믿고 있지 않다고 WSJ은 전했다.
하마스 잔당 소탕 작업이 휴전 협정 1단계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이스라엘 인질 귀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코브 아미드로르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은 갇혀있는 하마스 조직원을 사살하면 하마스가 인질 시신 반환 작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WSJ은 가자지구 전쟁 이후 2년여만에 이스라엘군이 예비군 숫자를 줄일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부터 서안 지구와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주둔하는 예비군 숫자를 줄어 반복된 소집에 지친 예비군의 부담을 덜어줄 예정이다.
텔아비브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딧 샤프란 기틀먼은 "전면전에서 정상적 상황으로 가는 전환기에 있다는 신호"라고 예비군 감축 작업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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