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격화' 수단 사상자 급증…정부군, 美휴전안 거부

입력 2025-11-05 20:43
'내전격화' 수단 사상자 급증…정부군, 美휴전안 거부

반군, 서부 알파시르 점령후 민간인 학살 참사 속출

"10월 민간인 사망자, 2023년 4월 내전 발발 이후 최다"

유엔총장 "통제불능 상태" 경고…ICC "전범 증거 수집중"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아프리카 수단 내전이 최근 반군 신속지원군(RSF)이 서부의 정부군 최후 거점을 장악한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군이 미국이 중재한 휴전을 거부하면서 30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의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양상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수단 정부군은 전날 안보·국방위원회에서 미국이 제안한 3개월 휴전안을 논의한 뒤 RSF와 전투를 계속하기로 했다.

정부군을 이끄는 군부 수장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은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정부가 분쟁 종식을 위해 기울인 노력에 감사한다"면서도 "반군 제거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산 카브룬 국방장관도 국영TV 연설에서 "수단 국민의 전투 준비는 계속되고 있다"며 "전쟁 준비는 합법적인 국가적 권리"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9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수단 평화 계획에 합의하고 수단 정부군과 RSF에 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왔다.

이 평화 계획은 3개월간 인도적 휴전을 시작하고 나중에 영구적 휴전과 9개월간의 과도기를 거친 뒤 민간인 정부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수단에서는 RSF가 지난달 26일 정부군의 서부 최후 거점이던 알파시르를 장악한 이후 현지에서 즉결 처형과 강간, 구금 등 민간인 학살과 잔혹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알파시르의 사우디산부인과 병원에서 환자를 포함 460명 이상이 RSF에 살해당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한 달간 민간인 사망자 수가 2023년 4월 15월 정부군과 RSF의 내전 발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분쟁을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인 '무장 분쟁 위치 및 사건 자료 프로젝트'(ACLED)에 따르면 지난달 사망자 수는 총 3천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민간인은 1천545명에 달했다.

월간 총 사망자 규모는 RSF가 중부 알자지라주에서 공격을 강화했던 지난해 10월 3천240명(민간인 966명)보다는 다소 작지만, 민간인 사망자는 최대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ACLED는 알파시르와 인근 지역에서만 10월 한 달간 2천176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1천385명은 민간인 대상 공격으로 희생됐다고 덧붙였다.



국제 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도 RSF의 알파시르 장악으로 13만명의 아동을 포함한 주민 26만여명이 고립돼 기근 수준의 식량 부족에 처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병원 공격으로 의료서비스가 붕괴되고 통신도 두절됐다고 우려하며 현지 주민을 돕는 NGO 활동가들 역시 위험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사회개발정상회의(WSSD)에서 "민간인 수십만 명이 포위 공격에 갇혀 영양실조, 질병, 폭력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수단 위기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다.

알파시르에서 또다시 대량학살과 집단 성폭행 등 반인륜적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자 국제형사재판소(ICC)도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전쟁범죄 증거 보존과 수집 등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56년 독립 이후 잦은 내전과 정치 불안을 겪은 수단에서는 정부군과 RSF 사이에 내전이 3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수단 정부군은 동부와 북부·중부 권역을, RSF는 서부와 남부 권역 일부를 각각 통제하며 대치해왔으나 RSF가 최근 서부에서 권역을 확고히 굳히면서 양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엔과 ACLED 등에 따르면 양측의 분쟁으로 지금까지 수단 곳곳에서 5만명 가까이 숨졌고 폭력 사태를 피해 집을 떠난 피란민도 1천200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약 400만명이 차드, 이집트, 남수단 등 주변 국가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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