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한국과 핵심광물 미래: 남아공 G20 통한 전략적 파트너십

입력 2025-11-11 07:00
[우분투칼럼] 한국과 핵심광물 미래: 남아공 G20 통한 전략적 파트너십

티모시 디킨스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다가오는 11월 22일, 세계 정상들과 기업인이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B20(비즈니스 20) 포럼에 모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입장에서 이는 역사적 순간이다. 자국의 산업 및 에너지 비전을 세계 무대에 선보일 기회이다. 한국도 이번 행사는 단순한 상징성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광물과 전략 사업들을 확보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상공회의소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한국무역협회와 한·아프리카재단, 그리고 남아공 압사(ABSA)은행과 함께 한-남아공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정부와 기업, 특히 에너지·인프라·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산업계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실질적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포럼에서 다뤄진 논의는 점점 더 분명해지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한국과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전반의 산업 및 자원 협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파트너십의 문턱에 서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핵심 광물이 중요한 이유

한국은 광물 안보전략 차원에서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에 필수적인 10대 광물을 지정했다. 예를 들면 리튬, 코발트, 흑연, 니켈, 망간, 희토류, 그리고 백금족 금속 등이다. 이들 광물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전자석, 풍력 터빈, 그리고 방위산업의 근간이 되는 광물이다.

남아공과 그 이웃 국가들은 이러한 광물의 수요를 상당 부분 채워줄 잠재력이 있다. 예를 들어 웨스턴케이프의 스틴캄스크랄(Steenkampskraal) 광산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희토류 매장지 중 하나다. 이곳은 전기차와 방위산업에 쓰이는 고성능 자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테르븀 등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림포포(Limpopo) 지역의 팔라보르바(Phalaborwa) 인산염 폐광에는 저비용으로 회수할 수 있는 희토류 자원이 있다. 또 남아공은 전 세계 백금의 70% 이상과 상당량의 바나듐을 생산한다. 이는 연료전지 및 고급 철강 제조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남아공의 새로운 '2025 핵심 광물 및 금속 전략'이 중점을 두는 것은 단순한 원광 수출이 아니라 자원의 국내 정제·가공, 그리고 산업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역할이 부각된다. 한국은 정제 기술, 제조 노하우, 투자 자본을 갖고 있다. 남아공은 풍부한 자원, 정책적 의지,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이 협력한다면 현재 중국 중심인 글로벌 공급망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



◇완비된 전략 프로젝트 라인업

핵심 광물이 양국 관계의 중추라고 할 수 있지만, 한-남아공 간의 기회는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있다. 남아공에서 추진 중인 투자 프로젝트들은 광범위하면서도 시급하다. 그 중 특히 에너지, 인프라 부문은 한국의 강점과 잘 맞아떨어진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표적 프로젝트들은 다음과 같다. 이들 프로젝트는 남아공의 인프라 개발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남아공 경제가 지난 15년 동안 겪어온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는 데에도 중요하다.

▲ 에스콤(Eskom) 송전 개발 계획(TDP): 남아공은 2034년까지 56GW 규모의 신규 재생에너지 전력을 송전하기 위해 1만5천㎞의 신규 송전선과 210기의 변압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미 신뢰받는 공급업체로 자리 잡은 한국전력공사, 효성, 대한전선 등은 이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망 확충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 리처즈베이(Richards Bay) LNG 터미널 및 가스발전소: 4억달러(약 5천782억원)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터미널, 그리고 3천㎿급 복합화력발전소를 연계해 에너지 믹스를 다변화할 예정이다. 현대건설·대우·삼성물산·두산에너빌리티 등 한국 기업들은 LNG 및 복합화력발전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LNG 운송 및 저장 부문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 신규 원전 건설(2천500㎿):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최대 규모의 신규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인력 교육·운영·유지보수(O&M)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파트너로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 하이브 그린수소 프로젝트: 넬슨만델라베이에 57억달러(약 8조2천4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 연간 100만t의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 시설은 3.5GW 규모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으로 구동된다. 한국은 발전 및 철강 부문에서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 혼소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수요처이자 기술 협력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 철도 및 물류 개혁: 남아공은 국영 화물 철도 부문을 민간 운영사에 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관차, 차량,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한 즉각적인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현대로템과 성신RST 등 기업에 이상적인 진출 기회를 제공한다.

▲ 철강 및 산업 역량 보강: 남아공 최대의 철강 생산업체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South Africa)이 최근 생산 시설과 인력 대폭 감축을 발표하면서, 공급과 산업 역량 모두에서 공백이 생겼다. 이에 따라 한국의 포스코가 그린 철강 기술과 첨단 소재를 도입할 기회가 열렸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현지 수요를 맞추고 Eskom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송전탑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해 더 넓은 범위의 지역 산업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농업 및 식량안보 협력: 남아공은 지역 식품 수출의 물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농업 기술과 저장 해결책을 결합하는 K-라이스벨트(K-Rice Belt) 이니셔티브는 이 지역에서 확대 적용될 수 있다. 이미 케이프타운에서 아프리카 식품 박람회(Africa Food Show)가 열려 농업 및 식량 분야 협력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남아공과 한국,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되는 이유

남아공은 전력난, 물류 병목현상, 거버넌스 문제 등 여러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바로 그 분야들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한국은 프로젝트를 기한 내에 완수하고, EPC(설계·조달·시공)와 금융을 통합하며, 기술을 이전하는 능력으로 세계적 신뢰를 얻고 있다.

남아공은 한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광물 안보, 시장 접근성,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및 남부아프리카전력풀(SAPP)을 통한 역내 연결성을 제공한다. 반면 한국은 남아공이 필요로 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자본, 산업 기술, 첨단 기술력을 제공한다. 경쟁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인 것이다.

또 양국은 놀라운 공통점을 가진다. 자국의 강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들을 헤쳐 나가며, 개방적 무역전략을 통해 성장한 중견 G20 국가라는 점이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관문에, 한국은 동북아의 관문에 있으며, 에너지·산업·혁신을 매개로 대륙을 연결할 적절한 파트너다.

◇B20 포럼의 역할

지난달 말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한-남아프리카공화국 비즈니스 포럼은 양국 간 새로운 협력 관계의 방향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이제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협력을 제도화할 시점이 도달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 공급망과 광물 고도화(beneficiation) 전략을 조율하는 한-남아공 핵심광물 협의체(Korea-South Africa Critical Minerals Dialogue)

▲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광해광업공단 등과 남아공의 IDC, DBSA, Africa50 등을 결합하는 민관협력(PPP) 금융 프레임워크

▲ 한국의 EPC 및 기술 기업과 남아공의 국영기업, 민간 개발사를 연결하는 타깃 분야별 실무팀

이러한 조치들은 11월 열리는 B20 및 G20 정상회의에 반영돼 요하네스버그에서 시작된 양자 대화가 전 세계 산업 협력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기반이 되도록 할 것이다.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

언론의 주요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G20 정상회의다. 그렇지만 핵심은 이미 진행 중인 협력 기반 구축에 있다. 지난 10월 말 열린 포럼은 협력이 더 이상 이론적 단계에 머물지 않고, 한국과 남아공 기업 간 협력 프로젝트 하나하나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핵심 광물, 에너지, 수소, 철도, 농업 등 주요 분야에서 이미 논의를 넘어 실행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 한국이 발 빠르게 움직인다면 남아공은 단순히 올해 G20 의장국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글로벌 산업을 이끌 자원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선택할 방향은 분명하고, 타이밍은 지금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티모시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현 대륙아주 변호사, 아프리카 실무 총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스테이트대학(University of the Free State) 상학사(B.Com) 및 법학사(LL.B.) 취득, 주한 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법무부 자문위원, 월드지식포럼 및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고위급 패널 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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