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잠들지 않는 증권가 파수꾼' 서상영 미래에셋 상무
7년째 자정께 일어나 美증시 동향 밤새 주시…수면은 하루 3시간
"빈부격차 심화에 美경제 망가져…고용시장 문제시 정리 고려해야"
"개인투자, 장기적 호흡 가져야…뉴스 휘둘리지 말고 기업가치 집중"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시장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궁금해서 시작했을 뿐인데 고객분들이 원하시는 걸 하나하나 추가하고, 그저 꾸준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국내에서 손꼽히는 미국 증시 전문가인 미래에셋증권[006800] 서상영 WM혁신본부 상무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라북도 김제 출신으로 2007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지점 프라이빗뱅커(PB)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7년 가까이 밤이 없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대외변수에 한국 증시가 속절없이 거꾸러지는 모습을 목도한 뒤 원인을 제공한 미국 증시의 동향을 개인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한 게 계기였다.
서 상무는 "우리나라 기업이익은 좋아지고 있고 언론도 미국만의 문제라고 했는데 코스피는 (1,900선 근방에서) 890선까지 빠졌다"면서 "이에 미국 증시를 통해 한국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려고 분석을 시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알음알음으로 담당 고객들에게만 제공하던 미국 시황 정보는 커버 영역을 넓혀달라는 고객 피드백을 반영, 갈수록 내용과 깊이를 더해갔고 그만큼 기상시간도 앞당겨졌다.
결국 2016년 키움증권[039490]에서 본격적으로 애널리스트 활동을 시작하고 2021년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한 서 상무에게는 평일 오후 10시에 잠들고 밤 12시 50분쯤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는 것이 루틴으로 정착됐다고 한다.
새벽 2시께 회사에 도착하면 각종 외신과 외국계 기관 보고서, 주식·채권·원자재·암호화폐 등 자산시장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주요 웹사이트 및 통계치를 분석하고, 오전 6시께 미국 증시가 마감한 뒤엔 7천∼8천자 내외 장문의 메시지를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다.
당일 미국 증시에 영향을 미친 주요 이벤트, 특징적인 움직임을 보인 종목 및 업종, 한국 증시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 등은 물론 원자재와 귀금속에 이르기까지 시장 전체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게 목표다.
대량의 정보를 제한된 시간 내에 소화해야 하기에 이 시간대에는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뛰어서 다녀온다고 한다.
해가 뜨고 국내 증시가 개장한 뒤에는 투자 관련 조언을 구하는 고객과 기자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오후에는 각 지점 등을 찾아 세미나를 진행하다 저녁이 가까워져서야 하루 업무가 마무리된다.
그런 그의 텔레그램 채널명은 '사제콩이'다. 가톨릭 사제들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다음은 서 상무와의 일문일답.
-- 다들 열심히 사는 증권가에서도 성실하시기로 유명한데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는지 간단히 말씀 부탁드린다.
▲ 오전 12시 50분에서 1시 사이에는 무조건 일어나서 씻은 뒤 1시 15분에서 20분 사이 택시를 타는 것 같다. 2시쯤 회사에 출근하면 그때부터 미국 시장을 보면서 자료를 쓴다. 처음에는 4시쯤 출근했는데 고객분들께서 원하는 게 점차 많아지고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6∼7년 전부터는 출근시간을 오전 2시로 당겼다.
왜냐면 그때부터 써야 전체적인 걸 다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낙폭이 3%까지 커졌다가 1% 하락 마감했다면 시장 참여자 입장에선 1% 하락 마감이 아니라 낙폭이 줄어든 원인이 중요할 수 있다. 그걸 알아야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런 부분을 하나하나 짚으려면 촉박할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정말 많은 분이 너무 많은 종류의 (미국) 주식에 투자하다보니 개별 종목 변화 요인을 대단히 많이 써야 하는데 거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다 보니 새벽에는 화장실 갈 때도 뛰어갔다 온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각종 자료를 빠르게 요약해 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2008년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 기업이익이 대단히 좋은데도 외국인들이 엄청나게 팔아댔다. 언론에선 미국만의 문제라고도 했지만 우리나라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코스피가) 890대까지 빠졌다. 그런 걸 놓고 보면서 과연 왜 이럴까 궁금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이걸 하기 시작했다.
-- 수면이 부족하진 않은지,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 하루 세 시간 정도 자는 건데 주 후반으로 가면 피곤하죠. 사람이잖아요. 어렸을 때는 괜찮았는데, 요즘은 조금 그래서 주초반은 오후 10시인 취침시간이 주후반이 되면 오후 9시로 당겨진다. 항상 앉아있고 그래서 체중이 원래 96㎏까지 늘었는데 고혈압과 당뇨 위험 때문에 작년 9월부터는 오전 6시 미국 증시가 마감하면 청계천 끝까지 9∼10㎞ 구간을 빠르게 걷고 있다. 퇴근할 때도 일부러 몇 정거장 앞에서 내려 걷다보니 이제는 74㎏으로 체중이 많이 줄었다.
-- 일반인 입장에선 상당히 혼란스럽게 느껴지는데 현재 글로벌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가.
▲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성장 양상이 좀 특이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언급했지만 성장과 소비, 고용, 산업 등 모든 것이 'K자형'(업종 및 소득 계층별로 경제 회복 속도가 달라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경우 고소득층은 자산 전체에서 37%가 주식이고 여기에 연금 등을 포함한 금융자산이 60%가 넘는다. 부동산은 30%대 정도밖에 안된다. 근데 주식이 폭등을 하면서 (고소득층은) 자산 가치가 크게 늘었다. 반면 중산층 이하는 그런 게 거의 없다. 물가와 부동산이 뛰고 은행도 대출을 줄여버렸다. 명목임금은 약간 늘겠지만 물가 등을 생각하면 마이너스다.
연말에 많은 투자자분이 지금도 기대 중인 게 연말랠리인데 필수 조건이 있다. 연말 쇼핑 시즌 매출이 많이 증가해야 하는 건데, 최근 이베이나 전미소매협회(NRF) 등이 발표한 거 보면 조금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고소득층이 소비를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중산층들이 좀 많이 매수를 해야 하는데 이게 없다보니 불안하죠. 전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 미국 경제지표 수치는 우려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 성장률은 좋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인해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이 조금 줄면서 적자폭이 감소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좋아졌고, 자본지출이 (반도체와 AI 등에) 국한돼 있지만 이쪽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그래서 좋은데 속은 완전히 망가져 있는 거죠.
예컨대 고용도 수치상으로는 좋은데 세부 내용을 보면 해고도 별로 안 하고 채용도 안 하는 특이한 양상이 보인다. 팬데믹 이후 사람이 없어서 큰일이 날 뻔했던 트라우마 때문인데, 지난달 (미국) 고용보고서를 보면 27주 이상 초장기 실업자가 193만명으로 나온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과거 경기침체를 맞았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대공황 때도 빈부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인데, 기업 중심으로는 실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나머지 국민, 중산층 이하가 완전히 망가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 미국 증시에 대한 한국인 투자가 상당한 규모인데 괜찮은 건가.
▲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나쁘지는 않다. 지출이 늘어나는 곳에만 투자하면 된다. 문제는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기업가치 대비 너무 많이 올라온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현재 미국 헤지펀드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주식 비중이 역사적 평균보다 훨씬 많고 채권과 현금이 완전 줄었다. 더이상 (주식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추세추종형(CTA) 펀드도 마찬가지로 얼마 전 발표된 자료를 보면 주식을 이미 100% 다 편입을 해놓았다. 그래서 지금은 개인들의 시장이 돼 버렸고 변동성이 더 커졌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레버리지 투자를 많이 하지만 미국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레버리지 투자의 75%가 개인이다. 제로데이옵션(매일만기옵션) 거래량에서 개인이 거의 50%를 차지하고, 가치가 없는 종목군 중심으로도 마구 투자가 이뤄진다. 요즘 개인 투자가들의 투자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투자라고 그런다. 인생 한방 투자이고 두배, 세배 레버리지를 엄청나게 투자한다.
왜 그러냐면 눈높이가 너무 높아져서 그렇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준으로 보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다. 이게 어느 수준이냐면 5년 평균이 19.6배, 10년 평균이 18.3배이고 팬데믹 이전까지 25년 평균이 16.3배다. 팬데믹 이후 풀린 돈의 힘으로 멀티플이 18배, 19배까지 올랐는데 이보다도 지금은 더 높이 올라간 거다. 그런데도 현재 시장에는 계속해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반도체 업황 자체가 좋아지는 건 당연한 거다. 가격 자체가 폭등했기 때문에 내년도 발표되는 실적도 정말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매도하는 것도 그렇지만, 신규로 매수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저는 일부는 조금 현금화하는 걸 추천드리고, 나머지는 조금 즐기시면 좋을 것 같다. 그러다가 뭔가 이슈가 발생하거나 특히 (미국) 고용시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그 다음부터는 정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
-- 미국 고용을 특히 주시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 아까 'K자형 성장'이라고 했다. K자형 성장, K자형 산업, K자형 고용이기 때문에 정부는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재정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재정정책을 펴면 (통상) 물가가 뛴다. 그런데 연준 입장에선 물가가 하향조정될 것이라고 전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고용에 더 집중해서 최근 보험성 (기준금리) 인하를 한 것이다. 좀 지켜보겠다는 뜻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장기실업자들이 감소하거나 회복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고·채용을 하지 않으면 결국은 미국이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시장이 이젠 핵심 키포인트가 된다.
-- 그런 상황이라면 코스피도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 그렇다. 우리나라 12개월 선행 PER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좋아진 영향으로 14배 정도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사적 평균은 10배였고, 과거 경기회복기에는 10∼14배 사이를 움직였다. 그런데 지금 경기가 회복되고 있나요. 이 부분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다. 그 다음 또 한 가지는 보통 경기가 둔화할 때는 9∼10배로 (코스피) 2,800∼3,000이다. 그래서 저는 3,000 이상에서 주의를 권했는데 갑자기 반도체가 주목받으면서 더 올랐다. 문제는 이 반도체 업황 자체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느냐다. 기술주에 투자할 때는 성장이 아니라 성장률이 문제다. 이번 분기에 10% 성장했다면 다음 분기는 20%, 그 다음은 30% 성장을 해야 주가가 계속 멀티플이 높아지면서 상승한다. 반대로 이번 분기는 100% 성장했는데 다음 분기는 70%, 그 다음은 50%라면 큰 성장인데도 성장률이 떨어진 것이고, 이 경우 주가가 변동성을 보이면서 하락변동성을 키운다. 그런 만큼 지금 실제로 좋은 걸 알고 있고 그것이 주가에 반영되는 상황이지만 이런 성장이 연속적으로 이어질지, 실제로 수요가 그만큼 나올지에 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현금 가치 하락세를 고려할 때 금이든 주식이든 뭐든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감이 커지는 것 같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이 부분만은 붙잡고 가야 한다고 조언해주실 부분이라면.
▲ 현금가치가 떨어지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이번에 갑자기 달라진 게 아니다. 물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현금가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우리 임금만 안 올라가죠. 그러면 월급 생활자 입장에선 실질적으로 마이너스이기에 어딘가에는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투자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예전 어느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개인투자자 70%가 손실을 보고, 20%는 본전, 10%만 수익을 봤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 증시는 박스권을 보이다가 퀀텀 점프(단기 급등)를 한다. 아예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올라가는 것인데 박스권이 5년, 10년씩 걸린다. 미국도 끝없이 오른다고 착각하는 분이 많은데 장기적으로 횡보한 적도 많다. 개인 투자자분들 입장에선 지금 당장 눈앞에 수익이 나야 한다고 조급해 하지 말고, 뉴스에 휘둘리지 말았으면 한다. 뉴스도 하나의 이벤트이고, 이 이벤트가 기업가치를 훼손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장기적 투자를 하려면 경기 흐름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는 점도 유념하면 좋겠다.
-- 증권가 애널리스트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
▲ 자기 일에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애널리스트들이 주 52시간제 적용을 안 받는 이유가 있다. 왜냐면 그만큼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 미국 애널리스트는 하루 일과가 거의 24시간 일을 하고 인사이트가 있는 자료도 많이 낸다. 연봉이 정말 높고 그만큼 피드백이 오니까 그렇다. 그런데 요즘 (한국은) 그런 게 없다. 피드백이 별로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내게 돌아오는 게 별로 없더라도 내 업무, 내 일에 대한 자긍심은 가졌으면 좋겠다. 모든 산업은 순환을 하니까 언제든 그렇게 됐을 때 자기 스스로의 그것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운영 중인 텔레그램 채널에 '사제콩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는?
▲ 천주교 신부님들은 모든 걸 그냥 다 퍼주시지 않느냐. 일부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신부님은 자기가 피해를 보더라도 평생 돌아가실 때까지 신자들에게 모든 것을 주는 사람들이다. 저도 그런 것 같다. 사실 애널리스트는 2016년 키움증권에서 처음 했고 그전에는 지점에서 일을 했는데 지점 직원이 굳이 새벽에 출근해서 이렇게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그냥 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 향후 포부나 이루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 (그런 건) 없다. 그냥 이 일을 계속하고, 그냥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끊임없이 하고, 많은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드리고, 저도 도움을 좀 많이 받고 했으면 좋겠다. 여러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이 시장에 관심 있어 하는 부분들에 대해 저도 고민해 볼 수 있게 되면서 스스로 변화·발전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작으나마 제 역할을 하고 싶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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