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키르기스스탄 법원, 정부 비판 독립언론 3곳 활동금지
극단주의 단체로 지목…"자파로프 대통령, 언론·시민사회 탄압" 비판 나와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정부를 상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유력 독립언론 매체 3곳이 법원에 의해 극단주의 단체로 지목돼 활동 금지를 당했다.
29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 소재 법원은 지난 27일 테미로프 라이브와 클루프, 아이트 아이트 데세를 극단주의 단체라고 결정한 뒤 이를 다음날 공개했다.
다만 법원은 어떤 콘텐츠를 근거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밝히지는 않았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언론매체 활동 금지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법원 결정은 지난 8월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이 서명한 새 언론규제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을 포함해 모든 언론매체는 당국에 등록을 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이 법이 정치적 반대세력을 잠재우고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법원 결정은 내달 30일로 예정된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나왔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우호적 정치세력의 승리를 끌어내 2027년 대선 압승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세 매체는 대부분 서방 투자자들의 자금 지원을 받고 주로 부패사건을 취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매체는 당국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사실상 불법화된 뒤 텔레그램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내보내왔다.
지난달에는 클루프 기자 2명이 대중 불안 및 폭동 선동을 시도한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한때 중앙아시아 5개 옛 소련 구성국들 가운데 가장 민주적인 나라로 평가받았던 키르기스스탄에선 2020년 시민혁명 후 집권한 자파로프 대통령이 언론과 시민사회를 탄압하는 등 점차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한다.
클루프 공동창립자 리나트 투크바친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것(법원 결정)은 또 하나의 탄압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의 명성을 훼손하고 많은 무고한 이들을 범법자로 만들 것"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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