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APEC] 트럼프·시진핑 '담판'…미중 정상회담에 전세계 이목
6년4개월만에 대좌…미중 긴장완화 여부, 무역전쟁에 중대 분수령
'관세휴전 연장·희토류 통제 유예·무역확대' 등 타협 가능성 관측
"양국, 새 전쟁 준비위한 휴전 추진"…휴전 합의해도 갈등지속될듯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중대 담판을 벌인다.
미중 정상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날 부산에서 양자회담을 열어 경제, 안보 현안을 논의한다.
주된 관심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이들 G2의 무역전쟁이 완화할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재집권 이후 관세, 기술통제를 앞세워 중국을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순응하지 않고 대다수 국가와 달리 맞불까지 놓았다.
공격과 반격의 악순환 속에 올해 4월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145%, 중국의 대미국 관세율은 125%까지 치솟았다.
세계 경제는 쌍두마차의 격투로 한동안 깊은 불확실성에 빠졌고 이를 반영하듯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다행히 미국과 중국은 올해 5월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보복 악순환으로 부과된 관세를 모두 덜어내는 휴전에 합의했다.
치킨게임으로 세계 경제를 위협하지 말자는 신사협정 속에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50%(펜타닐 관세 20% 포함), 중국의 대미국 관세는 10%로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번 협상에서 이런 무역전쟁의 뇌관이 근본적으로 제거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없다.
패권국 미국과 패권을 갈구하는 중국은 이미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견제와 도전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대세다.
국방, 안보, 소프트파워 등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분쟁은 이번에도 불만스러운 타협을 통한 봉합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닥친 고율관세, 수출통제 전쟁을 멈추고 추후 협상을 지속한다는 것만으로도 불확실성은 크게 줄어든다.
미국과 중국이 이번에 마무리할 합의의 틀은 이미 고위급 협상을 통해 완성됐다.
관세율 하향, 수출통제 완화, 상호 무역확대 등 실무진에서 도출한 접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결단만 남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양국이 무역합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의 시행을 1년간 유예하고 미국은 11월 1일자로 부과를 경고한 100% 추가 관세를 자제한다는 게 골자다.
희토류는 태양광 패널부터 스마트폰, 무기까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필수 광물로 전세계 물량의 90% 정도를 중국에서 가공한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로 미국 미래 산업의 숨통을 죄자 미국은 관세전쟁 재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희토류 수출규제가 유예되고 관세폭탄 계획이 해제되는 것만으로도 세계에는 거대한 불확실성 하나가 당분간 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펜타닐 수출을 이유로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하할 의향이 있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의 펜타닐 규제 강화와 미국산 대두의 수입 확대를 대가로 해당 관세율을 현재 20%에서 10%로 내릴 것으로 전해진다.
펜타닐 관세가 10%로 감소하면 미국의 대중국 평균 관세율은 50%에서 40%로 내려간다.
이는 중국이 미국을 향한 우회 수출길로 삼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슷한 까닭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중국은 미국산 소프트웨어로 만든 물품에 대한 수출규제 등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기술통제가 동결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급성장 동력이던 손쉬운 기술이전을 예전처럼 쉽게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중국의 소셜미디어 틱톡을 둘러싼 합의도 이번 담판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과 연계된 틱톡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보고 미국 내 사업부 인수, 알고리즘 통제를 추진해왔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이 상대 조선업, 무역을 저해하려고 부과하는 거액 입항 수수료를 동반 철회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그러나 다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양국관계의 근본적 개선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니얼 배허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보좌관은 양국의 무역 휴전은 다음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기간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중국 의존을 줄인 새 희토류 공급망, 중국은 미국을 벗어난 새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시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양국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가는 것만도 '관리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한다는 뚜렷한 불확실성 완화 신호인 게 분명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무역전쟁, 기술경쟁, 글로벌 공급망 쟁탈전 외에도 중대한 지정학적인 현안이 있다.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우려, 중국과 대만의 관계, 남중국해 영유권 논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군비경쟁 가열 등 난제가 즐비하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앞두고 지배적으로 부각되는 의제는 무역협상이며 지정학 난제가 진지하게 논의될 동향을 관측되지 않는다.
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초강대국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타협을 끌어내는 이미지를 전파해 강대국 위상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대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이다.
두 정상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만난 뒤 6년 4개월여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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