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통제의 역설…'희토류 자립' 나선 미국
대규모 자금 투입, 탈중국 공급망 구축 본격화
호주·일본 등과 희토류 협력 강화
중국에 기술력 등 밀려…'갈 길 멀다'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미국이 희토류 공급망 확보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세계 최대 희토류 수출국인 중국이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대미 무역 협상의 '무기'로 삼자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공급망 구축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처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서방의 희토류 산업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지난 4월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한 뒤 미국 정부와 민간 자금이 희토류 기업들로 유입됐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어지고 기업들이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한때 침체됐던 서방의 핵심 광물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금속 전문 투자사 '오리온 리소스 파트너스'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18억달러(약 2조6천억원) 규모의 투자 컨소시엄을 최근 발표했다. 여기에는 미 정부 자금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 및 핵심 광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이와 연계해 미국 수출입은행은 호주 내 7개 광물 프로젝트에 대한 22억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 의향서를 발표했고 미 국방부는 서호주의 갈륨 정제시설에 투자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미국 희토류 업체 MP머티리얼스에 4억달러를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된다고 지난 7월 발표,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본격화했다. MP머티리얼스 주가는 올해 들어 4배 이상 급등해 시가총액이 120억달러로 불어났다.
캐나다의 희토류 업체 '유코어 레어 메탈스'는 미 국방부로부터 1천800만달러를 지원받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첫 상업용 희토류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회사 팻 라이언 최고경영자(CEO)는 내년에 공장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WSJ에 "우리는 이 일을 맨해튼 프로젝트(2차대전 당시 미국의 핵폭탄 개발 계획)처럼 보고 있다"고 했다.
민간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국가 안보 관련 산업에 초점을 맞춘 1조5천억달러 규모의 '안보와 회복력 이니셔티브'를 이달 초 발표한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는 안티모니 광산 개발 업체에 투자한다고 27일 발표했다.
JP모건체이스는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안티모니 광산을 개발 중인 '퍼페투아 리소시스'의 지분 약 3%를 7천500만달러에 취득한다.
안티모니는 방위 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로 역시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오히려 서방의 핵심 광물 산업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희토류 산업 컨설턴트 존 오머로드는 "중국이 잠자던 거인을 깨웠다"고 WSJ에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는 2030년 미국의 희토류 자석 생산능력 전망치를 세 배 이상 상향 조정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서방이 희토류 공급망을 복원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있다.
희토류 정제 등 기술력과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관계 회복을 위한 장기적인 합의를 할 경우 서방이 다시 중국 광물에 의존할 유혹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오는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희토류 문제가 핵심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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