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패권전쟁] ⑨ 이주환 "AI 주권, 거대모델 넘어 에이전트로"

입력 2025-10-28 08:00
[AI패권전쟁] ⑨ 이주환 "AI 주권, 거대모델 넘어 에이전트로"

스윗 대표 인터뷰…"AI 모델 경쟁은 한계…시스템 경쟁이 미래 좌우"

"열린 AI 생태계 구축이 국가 경쟁력의 관건"



(새너제이=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AI 주권을 지키는 것은 필요하지만 쇄국적 갈라파고스가 돼서는 안 됩니다."

인공지능(AI) 주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대표 AI' 등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에만 몰두하면 자칫 기술 고립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실리콘밸리 현장에서 나왔다.

실리콘밸리에서 AI 에이전트 기술 스타트업 '스윗(Swit)'을 운영하는 이주환 대표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국이 AI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옳지만, 벤치마크 점수 경쟁이나 범용 모델 하나만으로 승부하려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은 개별 요소가 너무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 지금 무엇을 만들더라도 1년이면 구형이 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오픈AI만 하더라도 2022년 11월 말 챗GPT를 처음 선보인 이후 불과 4개월여 만인 2023년 3월 GPT-4를 내놨고, 이어 지난해 5월 GPT-4o와 올해 2월 GPT-4.5를 거쳐 지난 8월에는 GPT-5를 출시했다.

경쟁 AI로 꼽히는 구글의 제미나이와 앤스로픽의 클로드, xAI의 그록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 주도로 일단 국가대표 AI를 만들더라도 끊임없는 추가 개발이 없으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는 시장 환경인 셈이다.



이 대표는 "모델 개발 자체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모델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AI 주권의 핵심은 단일 모델이 아니라 여러 모델과 도구가 협력해 작동하는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대 모델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며 "목적에 따라 여러 모델이 협력하고 상호작용하는 에이전트 생태계가 앞으로 AI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이전트란 이용자를 대신해 집사나 심부름꾼처럼 필요한 과제를 수행하는 AI 도구를 말한다.

다만 실제로는 하나의 에이전트가 아니라 여러 서브 에이전트가 세부 단계별로 나뉜 일을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최적의 모델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앱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만든다고 할 때 이용 행태 분석에는 대형 모델을, 배터리 소모 분석에는 소형 모델을, 앱 추천에는 추론 모델을 활용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오픈AI가 최근 개발자도구(SDK)와 에이전트키트, 웹브라우저 등을 공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오픈AI는 에이전트 플랫폼 전환을 위해 필수적인 '프레임워크'(에이전트 개발 도구)와 '프로토콜'(에이전트 간 소통 매뉴얼)을 선보였고, 아틀라스 브라우저까지 내놓으며 챗GPT를 본격적인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는 모델이 스스로 판단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오픈AI는 창립 초기인 2016년부터 명시적으로 AI 에이전트 개발을 회사의 목표로 제시해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오픈AI 공식 블로그나 오픈AI 창립 멤버인 안드레이 카파시의 인터뷰를 보면 LLM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에이전트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며 "이제 전 세계가 그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모델의 크기가 아니라 여러 모델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가"라며 "폐쇄적인 개발이 아니라 열린 글로벌 에이전트 생태계 위에서 문제 해결형 AI를 구현해야 진정한 의미의 AI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 전문가들뿐 아니라 산업과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문제 중심의 국가 AI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제안이다.

그는 "AI 발전이 가장 빠르다고 평가받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주된 흐름은 이미 LLM 개발이 아니라 에이전트 생태계로 넘어왔다"며 "이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국가 단위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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