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수성? 13년만에 정권교체?…복잡해진 日정치 '경우의 수'

입력 2025-10-11 11:22
자민당 수성? 13년만에 정권교체?…복잡해진 日정치 '경우의 수'

공명당 이탈에 다카이치 총리선출 '먹구름'…중의원 의석수 자민당 < 제1∼3야당

야당들도 정책 달라 단일화는 쉽지 않아…"다카이치, 총리 돼도 기반 취약할 것"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과 26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던 공명당이 연립 정권 이탈을 선언하면서 정국이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일본 첫 여성 총리를 노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의 총리 선출 전망에는 먹구름이 끼었고, 제1야당은 정권 교체를 위해 다른 야당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일본 정치의 '경우의 수'는 한층 복잡해졌다.

다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여당과 야당 모두 정권을 차지하기 위한 결정적 수단은 없다고 해설했다. 양측 모두 총리 지명 조건인 중의원(하원) 과반 의석수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 야권 각자도생하면 다카이치가 총리…새로운 연정 상대 찾기는 힘들 듯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바뀌면 총리를 새로 뽑는다. 자민당은 지난 4일 이시바 시게루 총재 후임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을 선출했다.

자민당은 1999년부터 공명당과 함께 국정을 운영했고, 신임 총재는 당선 직후 공명당 대표와 연정을 지속한다는 데 합의해 왔다.

공명당은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총재가 취임하자 연정 참여 조건으로 야스쿠니신사 참배, '비자금 스캔들' 대응, 과도한 외국인 배척 등 3가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두 정당은 세 가지 사안 중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된 기업·단체 헌금(후원금) 문제에서 충돌했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아울러 공명당은 다카이치 총재가 취임 이후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 측과 비밀리에 회동하고, 자신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아소 다로 전 총리를 자민당 부총재로 기용한 데 대한 불만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공명당은 예상을 깨고 전날 연립 이탈 의사를 자민당 측에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임시국회에서 치러질 총리 지명선거를 위한 각 당의 교섭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중의원에서 다수인 야당이 결집하면 정권 교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해설했다.

총리 지명선거는 중의원과 참의원(상원)이 각각 실시하며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결과를 따른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당선이 확정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 투표에서는 단순히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중의원 정당별 분포를 보면 총 465석 중 자민당 196석,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공명당 24석 등이다. 과반은 233석이다.

따라서 야권이 분열해 각 정당이 자당 대표에게 각각 투표한다면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뽑히게 된다. 작년 11월 총리 지명선거 결과와 야당들의 정책 성향을 고려하면 상당히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다카이치 총재는 전날 공명당과 결별이 확정된 이후 "(임시국회) 소집일까지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며 총리직에 오르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자민당은 총리 지명선거를 오는 20일이나 21일께 실시하는 방안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재는 약 열흘 동안 공명당을 대신할 새로운 연정 상대를 물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권을 놓고 경쟁하는 입헌민주당을 제외하면 어떤 정당도 자민당과 합쳤을 때 중의원 과반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한다.

다카이치 총재가 당선 직후 접근했던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공명당이 빠져서 우리가 정권에 참여해도 별로 의미가 없다"며 연정 참여에 부정적 의사를 나타냈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가 돼도 정권 기반은 매우 취약할 것"이라며 "야당과 협력이 난항을 겪는다면 중요 정책은 정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제1야당, 제3야당 대표 중심 단일화 시도…제2야당은 일단 관망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공명당의 연정 이탈을 13년 만의 정권 교체를 위한 호기로 보고 야권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입헌민주당, 유신회, 국민민주당의 중의원 의석수 합계는 210석으로 자민당(196석)보다 많다. 공명당이 자민당과 갈라서면서 주요 야당이 수적 우위에 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만일 세 정당에 공명당까지 합류하면 의석수는 과반이 된다.

이들 중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은 당명에서 알 수 있듯 뿌리가 사실상 민주당에 있지만 지향하는 정책은 차이가 있는 편이다.

예컨대 입헌민주당은 개헌에 반대하지만, 국민민주당은 찬성한다. 또 입헌민주당은 원자력발전 확대에 신중하지만, 국민민주당은 이를 용인한다는 입장이다.

유신회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간사이 지역이 근거지이며, 정치적으로는 개헌에 찬성하는 등 보수적인 편이다. 공명당은 중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입헌민주당 아즈미 준 간사장은 정권 교체와 관련해 "누가 총리가 될지 아직 모른다"며 "어떤 내각을 누가 중심이 돼서 만들어 갈 것인가를 원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공명당을 향해 "중도 노선이라는 친화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 협조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며 추파를 던졌다.

일단 입헌민주당은 국민민주당 다마키 대표를 총리로 밀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마키 대표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고 본인도 총리직에 욕심이 있다.

그는 전날 "총리를 맡을 각오는 있다"면서도 안보, 에너지 정책 등에서 입헌민주당과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설령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손을 잡아도 유신회나 공명당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다마키 대표로 단일화한다면 이야기는 들어보겠다"면서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회의적으로 말했다.

공명당 사이토 대표도 총리 지명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찍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권이 바뀌지 않더라도 각 야당은 내각 불신임안을 무기로 삼아 다카이치 내각을 압박하며 원하는 정책을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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