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호황에 황금연휴인데…소비효과 5월 노동절 때보다 못해

입력 2025-10-08 22:47
中 증시호황에 황금연휴인데…소비효과 5월 노동절 때보다 못해

부동산 침체 등 경제불안에 지갑 닫아…FT "인구이동 많지만 지출 꺼려"

블룸버그 "가계 자산에서 주식 비중 크지 않아 '부의 효과'도 제한적"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에서 증시가 호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수기인 국경절·중추절 연휴(10월 1∼8일)를 맞았지만 소비진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8일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번 연휴는 국경절과 중추절이 붙어 8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인 데다 중국 증시가 9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하며 2018년 이후 최고의 강세를 보이면서 소비효과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실제로 이번 연휴 기간 여행객은 작년 국경절 연휴 때보다 늘어났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1∼8일 전국 지역 간 인구 이동량이 24억3천200만명(이하 연인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에 해당한다고 8일 밝혔다.

하루 평균 인구 이동은 3억4천만명으로 작년 국경절 연휴 7일 평균 대비 6.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철도 여객 수송 인원은 1억5천396만명으로 예상됐다. 일평균으로는 1천924만명으로 작년 대비 2.6% 늘었다. 차량 이동은 22만4천752만명으로 하루 평균은 6.5% 증가한 2억8천92만명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연휴 기간 소비효과는 지난 5월 1∼5일 노동절 연휴때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이번 연휴 첫 4일간 소매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8월 소매판매 증가율(3.4%)을 밑돌았고 지난 5월 노동절 연휴 기간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작년 동기대비 여행객 증가율 또한 노동절 연휴 기간(8% 증가)에 못 미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주요 관광지에서도 여행객이 지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푸젠성에 사는 농부 천(39)모씨는 이번 연휴에 마카오를 찾았으나 숙소는 마카오에 인접한 광둥성 주하이에 잡았다. 천씨는 "(마카오는)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FT에 말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공식 판매 입장권값인 799위안(약 16만원)보다 약간 낮은 가격을 제시한 한 암표상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요즘에는 아무도 돈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골드만삭스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후이 산은 "전반적으로 소비 모멘텀이나 충동이 그리 강하지 않다. 인구 이동량은 많지만 지출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경영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의 케네스 차오 애널리스트도 공원이나 문화유적지처럼 돈을 덜 쓰면서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이른바 '제로 비용' 관광지의 인기가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내수 부진,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무역환경 악화, 높은 청년실업률 등으로 중국인의 중장기 경제전망이 여전히 비관적이어서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노무라의 루 팅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국경절 연휴 성장세가 노동절 연휴 때보다 저조한 점 등을 지적하며 "올해 남은 기간 소비는 미온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연중 최대 공휴일이자 명절인 국경절·중추절 연휴에 "소비자가 비교적 지출을 자제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심리 회복은 아직 멀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중국 증시 호황에 따른 소비효과도 크지 않은 모습이다. 올해 들어 정부의 정책 지원과 그에 따른 자금 유입, 기술주 강세 등에 힘입어 주가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계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전반적인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위샹룽 등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7일 보고서에서 이번 연휴 기간 경제활동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전반적으로 미온적이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은 둔화했고 주식 랠리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자산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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