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다카이치 당선에 한일관계 파장 촉각…관건은 야스쿠니

입력 2025-10-04 15:01
'극우' 다카이치 당선에 한일관계 파장 촉각…관건은 야스쿠니

각료 시절에도 정기적 참배…10여년 만에 '총리 참배' 시 韓반발 불가피

'다케시마의 날'에 각료 파견도 주장…동북아 정세 감안 언행 자제할 수도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강경 보수이자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협력 분위기가 무르익던 한일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그동안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 타협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는 보수층이 그를 지지하는 원동력이 됐고, 다카이치 총재는 작년과 올해 총재 선거 과정에서 대체로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오는 15일께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하게 되면 무엇보다도 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협력 기조를 이어왔던 한일관계의 최대 변수이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중에는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는 총리 취임 시 참배 여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작년 9월 총재 선거 당시에는 "국책(國策·국가 정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참배 의지를 나타냈다.

다카이치 총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되는 이유는 각료 시절에도 정기적으로 참배하면서 각별한 애착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이 정치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를 주목하는 날은 봄과 가을 예대제(例大祭·제사),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경제안보상이던 2023년에 봄 예대제, 패전일, 가을 예대제 무렵에 모두 참배했다. 이는 당시 각료 중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다.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 재임 중에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한다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3년 참배한 이후 최초가 된다. 각료와 총리의 참배는 무게감이 전혀 달라 실제 참배 시 한국과 중국 등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내 한일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사안을 둘러싸고 전망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다카이치 총재는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역사관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며 "아베 전 총리처럼 한번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반면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다카이치 총재가 아베 전 총리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지만, 지금 아베 전 총리는 없다"며 한국, 미국, 중국과 관계 등을 고려해 당분간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더라도 역사·영토 문제에서 기존 내각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지난달 27일 토론회에서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에 장관이 참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2013년부터 차관급인 정무관을 정부 대표로 보내온 행사에 각료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비록 지자체가 주최한다고는 해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정부 대표의 급이 올라가면 한일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수도 있다.

다만 다카이치 총재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 등을 감안해 "한국과 협력하며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줄 언행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중국, 러시아가 서로 밀접히 접근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은 일본 안보와 경제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무라 교수는 "일본이 이재명 대통령을 우려했지만 이 대통령이 일본을 배려하는 것처럼 다카이치 총재가 생각보다 부드러운 면모를 보일 수 있다"며 "다카이치 총재도 국익을 고려해 나름의 실용 외교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