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드릴 베이비'에도 美 석유업계 수익압박에 인력감축
셰브런 이어 엑손모빌도 2천명 감축…유가 내려가고 시추비용 오른 탓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親)석유' 행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석유 업계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을 하고 있다고 미 CNBC 방송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의 대런 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 통폐합과 함께 직원 2천명을 감축한다고 알렸다.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 다른 메이저 미국 석유업체들은 이미 감축에 착수한 상태다.
셰브론은 최대 20%에 달하는 인력을 2026년까지 감축할 계획이라고 지난 2월 발표했고, 코노코필립스도 인력 25%를 줄인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 노동부 통계를 보면 미국 내 석유 업계 전체 고용은 올해 들어 8월까지 4천명 줄었다. 해고가 늘어난 반면 신규 채용은 줄어든 탓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올해 들어 감산을 되돌리고 증산에 나서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한 게 석유 업계 인력 구조조정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30일 배럴당 약 62달러로, 올해 들어 15% 하락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시추 비용이 늘어난 것도 에너지 업계 수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게 시추 장비 가격을 끌어올렸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내놓은 분기 에너지 보고서에는 유가 하락과 시추 비용 인상으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미 에너지 업체 경영진들의 고충이 담겼다.
한 경영진은 "트럼프 행정부는 유가를 배럴당 40달러로까지 끌어내리려 하는 반면 관세 부과로 생산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며 "셰일 오일 시추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미국 내 석유 및 가스 시추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하며 "드릴, 베이비, 드릴"이라는 구호를 자주 외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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