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후 10년간 아시아나 마일리지 쓰고 등급은 유지…'편익 강조'
대한항공 일반·프레스티지석 구매도 가능…시장가치보다 높은 '제휴' 전환율
우수회원 등급 재심사때 소비자 유리하게…전문가 "고객 권익 존중 신호"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30일 공개한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통합방안은 항공 소비자의 마일리지 소비 편의와 선택권을 보장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방안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후 10년간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전환하지 않아도 그대로 쓸 수 있게 했다.
전환할 경우 탑승 마일리지는 1대 1로 동일한 가치를 부여하고 제휴 마일리지는 시장 가치보다 높은 전환 비율을 제시했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항공 운임 일부를 낼 수 있는 복합결제를 도입하고, 우수회원 등급도 불이익 없이 인정하기로 했다.
◇ 소비자 원할 때 전환 가능…탑승은 1:1, 제휴는 0.82:1
이번 통합방안 가운데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10년간 별도 유지하고, 언제든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로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은 소비자 친화적인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10년이 지나면 모두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통합된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보유한 경우 기존 아시아나 공제 방식 그대로 이를 대한항공 일반석 및 프레스티지석 보너스 항공권 구매나 좌석 승급에 쓸 수 있다.
이에 따라 항공 소비자는 기존 아시아나 노선(69개)에 더해 대한항공만 운항하는 59개의 추가 노선으로 마일리지 사용 선택권이 늘어났다.
아시아나 공제 기준에 없는 대한항공 일등석 등의 보너스 항공권이나 좌석 승급은 불가능하지만,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브랜드 굿즈(기획상품) 등 마일리지 쇼핑에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2008년 이전에 쌓은 것은 유효기간이 없고, 그 이후에 적립됐다면 10년의 소멸 시효가 있다. 통합 전 쌓았던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사라지기 전에 크게 유불리를 따질 필요 없이 편한 방식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가 희망할 경우 전환하는 마일리지는 탑승과 제휴 전환 비율을 이원화했다. 탑승 마일리지는 1대 1로 전환한다. 이는 탑승 마일리지의 경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정한 도시 간 비행거리를 기준으로 적립돼 양사의 기준이 유사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신용카드 이용 등으로 쌓은 제휴 마일리지는 1대 0.82로 전환된다. 아시아나 1만 마일리지를 대한항공 8천200마일리지로 교환하는 식이다. 시장에서 1마일당 가치가 대한항공은 15원, 아시아나는 11∼12원 수준으로 1:0.7가량의 비율로 가치를 인정받는 데 비하면 실제 가치보다 후하게 비율을 산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우수회원 등급 자동 전환…아시아나도 마일리지+카드 결제
통합 후 아시아나의 우수회원 등급은 대한항공의 우수회원 등급으로 자동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아시아나는 ▲ 플래티늄(평생) ▲ 다이아몬드 플러스(평생) ▲ 다이아몬드 플러스(2년) ▲ 다이아몬드(2년) ▲골드(2년) 등 5개의 등급을 운영한다.
플래티늄과 다이아몬드 플러스 등급은 각각 대한항공의 밀리언 마일러(평생), 모닝캄 프리미엄(평생) 회원으로, 다이아몬드 플러스와 다이아몬드 등급은 신설되는 모닝캄 셀렉트(2년) 등급으로 전환된다. 골드 등급은 모닝캄(24개월) 등급으로 바뀐다. 대한항공은 모닝캄 셀렉트에도 밀리언 마일러 등 상위 등급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엘리트 플러스' 스카이팀 등급을 제공한다.
우수회원 등급은 아시아나 마일리지 보유 고객이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을 신청하거나, 10년의 마일리지 별도 운영 기간이 끝날 때 대한항공의 회원자격 실적에 아시아나 탑승 실적을 더해 다시 심사한다. 이때 기존의 우수회원 등급과 재심사로 산정한 등급 중 더 높은 등급을 최종 부여한다.
대한항공은 또 홈페이지에서 일반 항공권을 구매할 때 운임의 최대 30%까지 마일리지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카드 등으로 낼 수 있게 한 '복합결제 서비스'(캐시 앤 마일즈)도 아시아나로 확대 적용한다. 이는 그간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시행한 제도로, 해외에서는 에어프랑스, 싱가포르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이 도입했다.
◇ 마일리지 사용처 늘린 수정안…2주간 의견 수렴 절차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6월 공정위에 1차로 마일리지 통합안을 제출했으나 마일리지 사용처가 기존 아시아나가 제공하던 것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완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재검토 끝에 지난 25일 제출한 수정안은 아시아나의 마일리지를 사실상 그대로 쓸 수 있게 하면서 여러 편익 극대화 방안을 추가했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10년간 별도 인정하고, 회원 등급도 그대로 승계한 점은 기존 고객의 권익을 존중하려는 신호"라면서 "다만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기대기보다는 마일리지 제도를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고 국제 항공사들과 견줄 혜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소비자 신뢰를 이어갈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도 "탑승 및 제휴 마일리지 전환 비율은 대한항공·아시아나 승객 모두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승객이 원하는 일자와 노선에 마일리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항공기 탑승 이외에도 같은 정도의 가치가 보장되는 사용처를 얼마나 만드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내달 13일까지 2주간의 공정위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마치고 공정위 승인을 받는 대로 통합에 필요한 일련의 절차를 진행해 내년 말을 목표로 추진 중인 통합 항공사 출범 일정에 차질이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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