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 산업·에너지 분리…초유의 '에너지 정책 이원화' 우려도
'화석연료' 뺀 에너지, 기후에너지부환경부로 이관
산업통상부로 축소…산업부 공무원도 15% 이동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에너지 정책 기능의 중심을 환경부를 확대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기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30일 국무회의 의결로 확정됨에 따라 내달 1일부로 환경부가 확대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식 출범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된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현행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관장하는 에너지정책실 조직 중 전력정책관·재생에너지관·원전산업정책국·수소경제정책관 등 대부분이 신설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소속이 바뀐다.
조직을 일부 내주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된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정책이 산업 정책과 분리되는 것은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가 합쳐져 상공자원부가 만들어진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경제 특징상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통합적 관점에서 수립·집행해야 한다는 관점이 강했지만 이재명 정부가 기후 대응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새로운 길을 걷기로 예고한 것이다.
이번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소속을 옮기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무원은 사업부서 기준 178명이다. 이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전체 정원 1천402명 중 12.6% 수준이다.
사업 부서 외 지원 부서 인력까지 더하면 200명에 가까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적을 옮길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관 대상 부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그대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아직 확장된 업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당분간 소속을 바꾸는 공무원들도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사무실에서 소속만 바뀐 채 기존 업무를 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한 부처 내에서 수시로 인사 교류가 있던 산업·에너지 정책이 분리되는 것에 관한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부에 잔류하는 과장급 간부는 "산업과 에너지 정책은 하나라고 생각해왔는데 지금의 조직 분리는 한 장기를 공유하는 샴쌍둥이를 떼어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심정이라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산업과 에너지 정책의 분리와 별개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 자체도 기존의 산업통상부와 신설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나뉘어 이원화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데에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통해 에너지·기후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의 다수를 점하는 석유·가스·석탄 등 전통 에너지 관리 기능은 뚜렷한 대외 설명 없이 산업통상부에 남겨뒀다.
또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는 원전정책국에서도 최근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합의 문제로 논란이 일었던 원전 수출 업무만은 그대로 산업통상부에 뒀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산업통상부의 책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가장 최근 나온 '2023년도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별 소비 중 석유(51.7%), 석탄(12.1%), 천연가스(10.6%) 3대 에너지 비중은 74.4%에 달했다. 액화천연가스(LNG)가 주 연료인 열에너지(2.5%)까지 더하면 76.9%로 오른다.
산업부 산하 주요 에너지 공기업 중에서는 한전과 발전 공기업들, 한수원은 옛 환경부 소관이 되지만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 공기업은 계속 산업부 소관으로 남아 핵심 에너지 공기업 지휘 체계도 이원화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두고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로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한 공약과 달리 규제 중심 부서인 환경부 비대화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부서 관계자는 "차라리 대통령이 공약했던 것처럼 산업부와 환경부에서 각각 에너지 기능과 기후 기능을 떼어 새롭게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했으면 나은 결과가 됐을 것"이라며 "가장 우려하던 안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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