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재정지출 확대에도 유럽식 부채문제 직면가능성 제한적"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해결해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새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최근 유럽 선진국들이 겪은 것과 같은 부채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와 주목된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글로벌 장기 금리 변동에 대한 시각'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역시 재정지출 확대 통한 구조적 저성장, 경제구조 개혁 등에 나서는 상황"이라면서 "정부 부채 비율 상승이 우려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권고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60∼70%에는 못 미칠 상황"이라고 짚었다.
낮은 정부 부채 비율과 높은 국내 투자자 비중, 외국인 국고채 투자 규모 및 만기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유럽 선진국들과 달리 재정지출 확대 여력이 크다고 봐서다.
안 연구위원은 "2010년 300조원에 불과했던 국고채 잔액이 1천200조원까지 확대됐지만, 발행잔액의 80%가량은 국내 투자기관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국고채 투자잔액도 2010년 80조원에서 2025년 300조원으로 확대되며 만기도 증대되는 등 견고한 투자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새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 전환으로 올해만 총 230조원에 이르는 국고채가 발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앞으로도 200조원대 발행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국고채 수급 불균형' 이슈가 자극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8년까지 72조원대로 축소되는 경로에 있던 관리재정수지(국고채 순증물량) 적자폭이 130조원대로 확대되는 흐름으로 수정됐다"면서 "재정 확대와 국채 수급 이슈는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글로벌 장기 금리 동향과 관련해선 "신흥보다 선진국, 아시아보다 북미·유럽 선진국 중심의 장기 국채 금리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히 "만기가 긴 국채일수록 금리 상승폭이 확대되는 흐름 전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제성장을 위해 선진국 중심으로 확장재정 기조가 시도된 결과 재정 건전성 악화와 통화가치 절하로 이어져 초장기 국채금리 상승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對)러시아 전선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응, 오랜 군축 기조를 버리고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기로 한데 따른 충격이 큰 상황으로 진단됐다.
안 연구위원은 "국방비 중심 재량 지출 증가가 재정 건전성 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 증세 등 수익증대 방안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로 증대한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합의는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량 증대로 장기국채 금리 상승효과를 자극하는 이슈"라고 설명했다.
선진국들은 신뢰도나 시장 규모, 통화 발행력, 제도적 안정성 등을 바탕으로 신흥국에 비해 통상 갑절 이상의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에선 정치 혼란까지 겹치면서 해당국 통화 가치 절하로 연결되고 있다고 안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은 "2009∼2013년 유럽 주요국 부채위기 시기처럼은 아니어도 2026년 신용등급 하향이 빈번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2024년 이미 신용등급이 하향된 프랑스의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고 영국도 정치 불안이 재부각되면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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