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홈플러스에 2천억원 추가 투입…"사회적 책임 못다해 반성"(종합3보)
자사 운영 수익 활용해 증여…홈플러스 총 지원금 5천억원으로 늘어나
"국민께 심려 끼쳐" 별도 사과문 배포…사회적 책임위원회 설립 상생경영 강화
"실효성 있는 자금 수혈인지 아직 불투명" 의견도…MBK "100% 현금 증여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기업 회생 중인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소유주 MBK파트너스가 이번 사태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지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홈플러스에 2천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MBK는 24일 "홈플러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자사 운영 수익 중 일부를 활용해 최대 2천억원을 홈플러스에 증여한다"고 발표했다.
MBK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PE)로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천억원에 인수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업종의 부진 탓에 장기간 경영난을 겪다 올해 3월 법정 관리를 신청했고 현재 회생 목적의 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MBK에 대한 책임론과 성토가 정계와 재계 등에서 크게 확산한 것의 여파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지금껏 뚜렷한 인수 후보가 없어 최악의 경우 폐업으로 직간접 고용 일자리 10만여개가 사라지고 협력·납품 업체의 줄도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 홈플러스에 투자한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의 '시민 노후자금'을 잃을 위험에 처한 데다, MBK가 인수했던 롯데카드가 최근 297만명의 회원 정보가 유출되는 초대형 해킹 사고를 일으켜 MBK가 잇단 경영 실패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앞서 MBK는 증여와 연대 보증 등 방법을 통해 홈플러스에 3천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처에 따라 MBK가 홈플러스에 투여하는 자금은 모두 5천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MBK는 "홈플러스 M&A(인수매각) 과정에서 인수인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5천억원 지원은 기업 회생이나 워크아웃 사례에서 대주주가 기업 정상화를 위해 투입한 자금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MBK는 이날 별도의 공식 사과문을 배포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홈플러스 기업 회생은 단순한 재무적 실패가 아니었고, 국민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업의 대주주로서 얼마나 무거운 책무를 온전히 다하지 못하였음을 절실히 깨닫게 해줬다"고 밝혔다.
MBK는 이어 공공 정책과 산업 현장 등의 지식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MBK파트너스 사회적 책임 위원회'를 설립해 앞으로 모든 투자 활동이 상생과 책임의 가치 아래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외부의 감시와 조언 아래 투명 책임 경영의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의 홈플러스 손실 위험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5천826억원어치)도 투자 원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MBK는 "국민과 투자자께 더 투명하게 다가서고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겸손하게 임하겠다"며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리며, 진정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운용사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MBK의 자금 추가 투입이 제대로 이뤄질지 불명확하다는 반응도 적잖다.
MBK와 사주인 김병주 회장이 지금껏 발표한 홈플러스 지원책이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홈플러스 채권자 등 이해 당사자들과의 갈등을 더 악화한 전례가 있었던 만큼 진정성 있는 이행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에 대한 3천억원 지원은 세부적으로 보면 김 회장의 개인 증여 400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대출 보증이라 실효성 있는 자금 수혈이라 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전액 변제하겠다고 한 유동화증권(ABSTB·카드 대금 기반 채권)도 구체적인 변제 방법과 시기가 나오지 않아 비판을 피하려는 조처라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금 추가 투입을 현금이 아닌 대출로 하거나 '최대 2천억원'이라는 문구를 악용해 추후 금액을 낮추는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액수, 집행 시기, 자금 조달 방법을 더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에 관해 MBK 측 관계자는 "추가 자금 투여는 우리 운영수익(관리보수 및 성공보수)에서 100% 현금으로 증여할 계획"이라며 "기존의 지원금 3천억원 중 2천억원은 홈플러스 대출에 대한 연대 보증으로 매 분기 50억원의 이자를 MBK가 내고 있고 대출 미상환 시 이를 MBK가 다 갚아야 해 실질적 자금 수혈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김병주 회장이 제공한 DIP금융(Debtor-In-Possession financing) 대출 600억원은 김 회장이 홈플러스에 대한 구상권을 포기해 대출 책임을 다 떠안았다. 김 회장의 증여액 400억원에 구상권 포기분 600억원을 합치면 개인 사재 출연만 1천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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