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도 꺾임없는 金 상승세…"美금리인하 끝나야 고점"
안전자산 매력에 '인플레 헤지' 가치 주목 받으며 강세 지속
원자재 전문가들 "올해 말 온스당 4천달러 선 뚫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글로벌 증시 활황에도 국제 금(金) 시세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역대급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위험자산으로서의 성격에 더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재개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헤지 자산으로서의 가치까지 주목받으면서 가격을 밀어올린 결과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간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보다 1.1% 오른 온스당 3,815.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온스당 3천781.2달러로 거래를 개시한 금 선물은 장중 한때 온스당 3,824.6달러까지 치솟아 역사적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작년 말 온스당 2,641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금시세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44.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금시세도 국제가격보다는 못해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시세(99.99_1kg)는 작년 말 1g당 12만7천850원에서 이달 23일 종가 기준 1g당 17만5천300원으로 37.1%가량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연초 대비 낮아진 까닭에 그만큼 수익률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작년의 경우 연초 달러당 1,300원 안팎이었던 환율이 연말에는 달러당 1,472.30원까지 오르면서 국내 금 수익률이 국제 수익률을 훨씬 웃돌았지만, 올해는 흐름이 역전된 데 따른 것이다.
원자재 전문가들은 금시세가 앞으로도 한동안 꾸준히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하향하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을 재개한 것이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005940] FICC리서치부 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시장의 특성을 보면 주식이 좋다고 해도 위험자산이 크게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하면서 그쪽으로 시장이 쏠려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경기가 활황으로 가는 게 아니라 둔화하는 양상 속에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이 주목받고 있지만, 침체 리스크 자체가 해소됐다고 보긴 어려워서다.
황 부장은 "시장이 금리인하를 호재로 반영하고 있긴 하나 고용 하방 압력과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의 양방향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간밤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럴 때 가장 좋은 자산이 금"이라고 강조했다.
금은 안전자산이면서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의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금리인하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황 부장은 설명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기에 차익실현 매물이 일부 나올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금 실물에 대한 투자수요가 계속 붙고 있고, 연준의 금리인하 기조를 확인한 만큼 금 투자 심리도 충분히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온스당 4천달러를 넘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당장 매수는 부담스럽더라도 가격이 내릴 때 점진적으로 들어가면서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좋지 않을까 본다"고 덧붙였다.
황 부장은 "통화정책 완화 사이클 아래에선 금은 강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고점에 이르려면 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나야 한다"면서 "통화정책 완화 속도가 조절될 때는 지난 5∼8월처럼 쉬어가는 국면이 오고, 금리 인하가 재개되면 또 상승하는 사이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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