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유엔서 "역사 마주해야 밝은 미래…전쟁 참화 반복안돼"(종합)
총회 연설서 '亞 관용 정신' 강조…이스라엘에 "평화적 해법 막으면 새 대응" 압박
트럼프와도 짧은 만남…"미일 동맹 중요성 변하지 않을 것"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박상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전후 80년을 맞아 "어떤 나라도 역사를 정면에서 마주하지 않고는 밝은 미래를 열 수 없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15일 종전기념일에 전쟁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마음에 새겼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시아 나라들이 전후 일본을 받아들일 때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갈등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아시아 국가의 관용 정신이 세계가 항구적 평화에 힘을 기울이는 원동력이 됐다면서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와의 미래 지향적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일본이 아시아의 관용 정신 덕분에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면서 "분단보다는 연대, 대립보다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그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을 강하게 비판하고 이스라엘이 평화로운 해결을 막는다면 새로운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견제 메시지를 냈다.
일본은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으나,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요청 등을 고려해 승인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대해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승인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의사를 보이면서 팔레스타인에도 책임 있는 통치를 촉구했다.
또 이시바 총리는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가 도전받고 있다고 진단한 뒤 "전체주의와 무책임한 포퓰리즘을 배제해 편협한 내셔널리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차별과 배외주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상임·비상임 이사국 확대 등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안보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5개국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으로 구성된다.
안보리 의결 거부권을 지닌 상임이사국은 고정적으로 지위를 유지하며, 거부권이 없는 비상임이사국은 정기 선거를 통해 선출돼 2년간 임기를 수행한다.
일본은 독일, 인도, 브라질 등과 함께 상임이사국 확대를 주장해 왔다.
이시바 총리는 북한에 대해 "핵과 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 등을 위해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 입각한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23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고 일본 외무성이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정과 신뢰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기 위한 미일 동맹 중요성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미국과 일본 국익에 이바지하는 착실하고 긍정적인 관계 진전에 대해서도 환영했다.
이시바 총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도 면담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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