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3년내 사라지는 아파트 임대사업자…전세·매매시장 흔든다
2020년 아파트 임대사업자 폐지…8년 임대 끝나는 2028년까지 완전 말소돼
임차인은 장기 거주 가능한 싼 전세 사라져…임대인은 종부세 폭탄 예고
2018년 급증했던 아파트 등록임대 내년 줄줄이 말소…매매시장에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임차인 A씨는 거주하던 아파트의 집주인이 2018년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임대료를 2년 단위로 5%만 올려주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5월 보증금 2억6천만원에 55만원이던 월세는 지난해 재계약에서 79만원이 됐다. 보증금 변동없이 집주인에게 2년마다 올려준 월세는 7만∼10만원 미만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월세전환율(4.7%)을 적용한 A씨의 현재 환산 보증금은 4억6천만원 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올라온 해당 아파트의 신규 전세 실거래가는 8억원이다.
이 아파트의 8년 등록임대 기간이 내년에 종료되면서 A씨가 시세대로 재계약을 하거나 신규로 전세를 얻는다면 전세 보증금 3억4천만원을 올려주거나 월세를 현재의 2.7배 수준인 211만5천원으로 올려줘야 한다.
A씨는 "내년에 임대인의 임대사업자 등록이 자동 말소되면 시세대로 가격을 올릴 텐데 앞으로 200만원이 넘는 월세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며 "8년간 주변 시세보다 싸게 살면서 가계에 도움이 많이 됐는데 등록임대 아파트가 사라져서 내년에는 전셋값이 싼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남아 있는 아파트 등록임대주택이 앞으로 3년 내 줄줄이 자동말소 대상에 오르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들 등록임대는 임차인에게 시세보다 싸게 임대를 놓던 것이어서 앞으로 등록임대주택에 거주하던 임차인은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임대인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말소로 세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 10만 아파트 등록임대 3년내 모두 자동말소…내년도 말소 물량 절정
정부가 등록임대사업 활성화 정책을 편 것은 2017년 8·2 대책과 12·13 대책으로 거슬러 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당시 여당 의원들이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자 전셋값 급등과 임대차 시장 불안 등 시장 충격을 우려한 정부가 절충안으로 내놓은 것이 임대등록 활성화다.
등록임대 주택은 최장 8년 동안 임대료 인상폭이 5% 이내로 제한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이상의 임차인 주거안정 효과가 있는 만큼, 임대를 놓고 신고하지 않는 임대인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안정적인 임대주택 재고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임대인은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고, 안 내던 임대소득세도 내야 해 전문 임대사업자가 아니면 등록임대 제도를 외면해왔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급격한 종부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2주택 이상 보유자 가운데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 등록에 나서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2017년 5만7천명(주택 전체)이던 신규 등록임대사업자 수는 2018년 3배 수준인 14만8천명으로 증가했고, 신규 임대주택 등록 호수도 2017년 19만호에서 2018년에는 38만2천호로 급증했다.
그러나 임대주택사업자에 주는 혜택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일자 이듬해 9·13대책으로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을 축소하면서 2019년 신규 등록 실적은 7만4천명, 14만6천호로 감소했다.
이후 2020년 7·10 대책에서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아예 폐지하고 세제혜택 축소, 임대보증가입 의무화 등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후 등록 임대주택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제도 자체가 없어진 아파트는 등록임대 재고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파트 등록임대주택 수는 2020년 25만2천호에서 2021년 22만3천호로 줄고 2022년 말 기준 17만9천로 감소했다.
3년이 지난 현재 등록임대 아파트 재고 수는 10만호 남짓으로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물량도 오는 2028년이 되면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시장에서는 내년을 주목한다. 2018년 급증했던 임대등록 아파트의 8년 임대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이 내년이어서, 자동 말소돼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절정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에 아파트 임대등록을 부활하기로 하고 관련 법안도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될 전망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성창엽 회장은 "등록임대주택이 시세보다 싸고 장기간 거주할 수 있어 '2+2년' 거주를 보장하는 임대차 2법보다 임차인 주거안정 효과가 크지만 다주택자 감세 논란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며 "서울 요지에 공공임대처럼 장기 거주가 가능한 민간 아파트 임대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 임차인은 전셋값 부담, 임대인은 종부세 걱정…매도 물량 늘어날 듯
아파트 등록임대가 자동말소 수순을 밟으면서 당장 서울 요지에서 싼 전세를 살던 등록임대 임차인들은 전셋값 부담이 커지게 됐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사업자 주택은 전셋값이 주변 시세의 반값 수준이라 임대등록 종료 후 시세대로 계약해야 하는 임차인은 보증금 인상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며 "전셋값이 싼 곳을 찾아 이동하거나 월세로 돌리는 등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들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가 종료됨에 따라 보유세 폭탄을 각오해야 한다.
올해 서울과 수도권은 작년보다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내년도 공시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여기에 현재 평균 69%로 낮춰놓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당초 로드맵상의 내년 목표치인 80.9%로 높이면 시세 상승분과 맞물려 공시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정부는 현재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적정 수준을 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현재 60%로 낮춰놓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95%까지 높였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년에 세부담 충격 등을 고려해 80%로만 올려도 세부담 상한까지 보유세가 늘어나는 단지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연합뉴스가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 의뢰해 내년 등록임대 말소자의 종부세를 추산해봤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를 보유한 B씨가 2018년 3월 임대 등록한 서울 강동구 래미안 고덕, 대전 죽동 푸르지오 등 2가구의 8년 의무 임대 기간이 내년에 만료된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 보유세 부담이 올해보다 2배 이상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까지는 임대주택 2가구의 종부세 합산 배제로 재산세와 종부세 합이 1천450만원 수준이었지만, 내년에는 임대주택 2채가 합산 배제에서 제외되면서 보유세가 3천788만원으로 161% 증가한다.
내년 공시가격은 전년도 수준으로 오르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변동없이 60%가 적용된다고 가정한 결과다.
이 때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그대로 두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까지만 올려도 내년 보유세는 총 5천549만원로 증가해 4천100만원(283%)을 더 내야 한다
B씨의 보유주택이 잠실 주공5단지와 래미안 고덕 2가구라고 가정해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올리면 내년도 보유세는 3천476만원으로 등록임대 합산배제를 받은 올해(1천400만원 선)보다 2천만원 이상 세부담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임대사업자 보유 아파트가 내년 보유세 증가와 맞물려 본격적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에 자동말소되는 물량도 많지만 지난 정부에서 2023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보유세 부담을 크게 낮추면서 앞서 임대등록이 말소된 주택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C씨는 "앞으로 정부가 특히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증세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부터 3년간 등록임대 아파트 4가구가 말소되는데 보유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임대 기간이 종료되는 순서대로 매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병탁 전문위원은 "임대등록 말소로 보유세 감당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은 매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임대주택이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도 분포된 만큼 향후 집값 전망이나 시세차익 등을 고려해 득이 없는 것부터 매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5월 9일 자로 종료됨에 따라 내년 초 중과 유예가 다시 연장되지 않는 한 일반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들도 매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김종필 세무사는 "내년부터 보유세가 크게 오르고 양도세 중과 유예도 종료될 것으로 우려해 주택 매도를 저울질하는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세금 변화에 따라 주택시장도 크게 요동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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