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남수단 정부 대형 부패…소수 권력자가 국부 약탈"
"식량·의료·교육 등 핵심서비스, 국제 기부자에 외주화"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유엔은 16일(현지시간) 동부 아프리카 남수단 정부의 대형 부패를 강하게 비판했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남수단 인권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1년 독립 이후 남수단 정부는 252억 달러(약 348조원) 상당의 석유 수입을 거뒀음에도 보건·교육 등 필수 서비스에 거의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수의 권력자가 국가의 자원을 약탈하며 부를 축적하는 동안 국가는 국민에 대한 주권적 책임을 사실상 포기하고 식량·의료·교육 등 핵심 서비스를 국제 기부자들에게 외주화했다"며 "부패가 남수단 국민을 죽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살바 키르 대통령과 가까운 사업가이자 올해 2월 5명의 부통령 중 하나로 임명된 벤저민 볼 멜과 연관된 기업에 유입된 석유 수익을 예로 들었다.
볼 멜의 소유한 건설회사들이 주도하는 정부의 핵심 인프라 개발 사업인 '도로 건설을 위한 석유 프로그램'에 2021∼2024년 할당된 석유 수익 22억 달러(약 30조원) 가운데 17억 달러(약 24조원)의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게 유엔 측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개발과 삶의 질 지표에서 남수단은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 신생아 10명 중 1명꼴로 출산 중 사망하며 중등 교육 등록률은 5%에 불과하다.
전국 79개 카운티 중 76개 카운티가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지만 2020∼2024년 연방 예산 중 식량 안보 지원 부처에 배정된 금액은 1% 미만이었다.
2022∼2023 회계연도에는 대통령 개인 의료팀에 지출된 공공 자금이 전국 보건 의료 예산을 초과했다고 유엔은 덧붙였다.
남수단 정부는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이래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치를 예정이던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자금 부족을 이유로 2년 후로 미루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유엔이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받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했다고 비난하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 남수단 정부의 반박도 담겼다.
이날 유엔 보고서 발표는 키르 대통령과 정적인 리크 마차르 제1부통령 간의 권력 분점이 무너지며 다시 내전 발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 3월 말부터 가택연금 중이던 마차르 제1부통령은 살인·반역·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되며 지난 11일 정직 처분을 받았다. 정부는 마차르 제1부통령이 지난 3월 동북부 어퍼나일주에서 정부군 250여명이 희생된 백군 민병대의 공격을 지원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는 백군 민병대와의 관계를 부인한다.
남수단에서는 2013년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 제1부통령의 갈등이 내전으로 번져 약 40만명이 숨지고 피란민 수백만 명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 에티오피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에 서명했으나 이후에도 권력 분점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2020년 2월에야 연립 정부를 구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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