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부채 경고등…영국이 '탄광 속 카나리아'?

입력 2025-09-09 14:50
선진국 부채 경고등…영국이 '탄광 속 카나리아'?

영국 30년물 국채금리 27년만에 최고치

프랑스 바이루 정부는 예산 갈등 끝 붕괴



(서울 = 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최근 장기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영국의 상황이 선진국들의 부채 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은 막대한 부채가 있는 세계의 탄광 속 카나리아인가'라는 제목의 7일자(현지시간) 기사에서 "많은 선진국의 차입 비용이 급증하면서 위기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선진국들이 기록적인 규모의 부채를 안고 더 많은 차입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에서 영국이 미국, 프랑스 등 국가 부채의 압박을 받는 다른 국가들에 닥쳐올 문제를 예고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될 수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영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일 5.69%로, 1998년 5월 이후 27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 역시 주요 7개국(G7) 중 최고 수준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국채 금리 상승은 정부의 차입 비용 증가를 뜻한다.

WSJ은 영국의 차입 비용이 최근 몇 년간 급증했다면서 지속되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도 차입 비용 증가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최근 영국이 재정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지만, 올가을 예산안에 증세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정부는 차입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 영국의 부채 이자 비용은 1천112억파운드(약 209조원)로 국방비의 두 배에 이를 전망이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에 따르면 현재 100% 미만인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인구 고령화와 의료·연금 지출 증가로 2070년대 초에는 2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영국이 당장 트러스 정부 때와 같은 급격한 금융 불안을 겪을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하면서도 재정 건전성 확보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리브스 장관의 과제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2022년 확장적 재정정책에 재원 뒷받침 없는 대규모 감세까지 추진하다 파운드화 가치 폭락 등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프랑스의 국채 금리도 최근 급등세를 보였다.

프랑스 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지난 2일 각각 4.6bp, 4.9bp 오른 3.58%, 4.507%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공공 부채는 지난해 기준 3조3천억유로(약 5천200조원)로, GDP 대비 113% 수준이다.

내년도 긴축 재정안을 두고 야당과 각을 세워온 프랑수아 바이루 정부는 8일 하원의 신임 투표를 통과하지 못하고 9개월 만에 총사퇴하게 됐다.

막대한 공공 부채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신뢰도도 타격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선진국들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07년 이후 두 배로 증가해 약 80%에 달한다. IMF는 이자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전 세계 공공 부채가 2030년까지 GDP의 100%에 육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정부 부채 순이자 지급액은 11.2% 늘어난 2조7천200억달러(약 3천770조원)를 기록했다고 WSJ은 전했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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