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접시행' 공급대책에 건설업계 "적정 공사비 책정이 관건"
"공급 확대로 수주 기회 늘어난 것은 환영…적정수준 마진 확보 필요"
유휴부지 공급 대상지역은 매매 활성화 기대감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정부가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제시하자 건설업계는 공급 확대 방향성은 환영하면서도 적정 공사비 책정을 통한 양질의 주택 공급이 중요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민간이 부동산 호황기에는 택지를 분양받아 주택을 지어 공급함으로써 큰 이익을 얻지만, 반대로 불황기가 오면 택지를 매입하고도 미분양 우려 등 사업성 문제로 공급을 지연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 필요한 지역에 주택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 상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공기업인 LH가 공공택지를 기반으로 직접 시행에 나서고, 민간 건설사에는 설계, 시공 등에 대한 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공공성을 강화해 주택 공급 물량과 속도를 노이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관건은 수요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수준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느냐다.
정부는 LH가 공급하는 주택의 품질 등에 대한 수요자들의 평가가 그리 높지 않은 점을 극복하고자 도급 건설사의 브랜드를 달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고려할 문제는 여전히 있다.
인지도 높은 1군 건설사들은 LH가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8일 "유명 건설사들이 참여하고 해당 브랜드를 적용하는 수준의 아파트 공사비를 LH가 확보해줄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공사비가 적정 수준이 아니어서 마진이 확보되지 않는 사업에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에 참여한다 해도 충분하지 않은 공사비에 맞춰 건물을 짓는다면 전반적인 품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건설업계의 우려 중 하나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공공택지 및 정비사업 수주 기회가 확대돼 기대감이 있고 공급 확대 기조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적정 공사비 책정 문제는 반드시 보완돼야 하고, 대출규제가 일부 강화돼 분양 수요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어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과 업계의 이같은 우려가 현실적으로 극복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LH가 짓는 아파트도 최근에는 굉장히 원가를 올려 짓고 있고, 도급형 민간 아파트를 하게 되면 민간이 짓는 개념에 입각해 양질의 아파트가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H의 재원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사업 방식인 도급형 민간 참여는 시공사가 착공하면서 공사비를 조달하고 사후 분양주택 대금이나 임대료가 들어오면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LH가 공사비를 직접 조달하는 것이 아니어서 직접 시행하더라도 공사비 부담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선 부동산 시장은 전날 대책 발표 이후 아직 차분한 분위기를 보이는 가운데 유휴부지 활용 공급 방안이 나온 지역 등은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릴 가능성을 기대하는 반응도 감지된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직 고객들로부터 특별히 대책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강남은 애초에 전반적으로 금액대가 높은 지역이고 6·27 대책으로 이미 대출 상한이 6억원으로 묶여 있다 보니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성대 야구장 부지에 1천800가구 공급 계획이 발표된 도봉구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매매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인데 이런 사업이 진행된다고 하면 매매가 활성화하고 관심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신축 외 다양한 부동산에도 수요자들이 눈길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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