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부동산대책] 200조 전세대출 조이기 돌입…1주택자 대출분부터 겨냥
'실거주·소유 분리' 갭투자 수요 차단…'DSR 도입'도 계속 거론
'규제지역 LTV 50→40%' 영향 미미할듯…"여러 카드 남아" 추가 대책 예고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임지우 기자 = 정부가 7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일괄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전세대출 조이기'에 본격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손쉽게 받을 수 있어 공급이 과도하게 늘었고, 이에 따라 '전셋값 상승→갭투자 확대→집값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6·27 규제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에 이어 이날 '전세대출 축소' 카드까지 제시된 가운데 금융당국은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더 강력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 10년새 전세대출 46조→200조…1주택자 한도 2억원으로 제한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추가 가계대출 규제에 따르면 수도권·규제지역 내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는 기존 최대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일원화된다.
이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전세대출 공급을 본격 조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세대출 규모는 46조원 수준이었으나 작년 말 기준 200조원으로 4배 이상으로 급격히 불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전세대출 증가율은 18.5%로 연평균 가계대출 증가율(5.8%)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미 6·27 대책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 자체를 줄이면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수요 등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드러냈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사전 브리핑을 통해 "전세대출이 너무 손쉬웠다는 많은 지적이 있는데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뼈아프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한 건 분명하지만, 전세대출 규모가 급증하면서 전세가를 올리고 이를 통해 다시 매매가를 올리는 힘으로 작동을 한 측면도 있다"며 "전세대출 규모를 일정 부분 제약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축소하면서 해당 규제 적용을 받는 1주택자 규모는 약 1만7천명으로 추산된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용자(5만2천명)의 30% 수준이다.
신진창 국장은 "이들의 대출 금액은 평균 약 6천500만원가량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도 축소로 인한 불편이 예상되지만, 이분들은 필요시 보유 주택을 통한 자금 융통 및 대출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억원 이상의 전세대출을 이용해온 1주택자 상당수가 자금 사정이 여유로운 고소득자라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주택자들이 전세대출을 3억원까지 받는 경우는 대부분 고소득자이거나 중산층 이상의 거주 지역에 해당할 것"이라며 "이들이 한도 축소로 겪는 불편은 크지 않은 데 비해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규모는 일정 부분 줄어드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 'LTV 40%'로 규제지역 확대 대비…DSR 도입·위험가중치 조정 '만지작'
이날 발표에는 규제지역(강남3구·용산구)에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50%에서 40%로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지만, 시장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축소된 상황이라 이번 규제로 새롭게 영향을 받는 구간은 15억원 미만 주택들인데, 규제지역 내 상당수 아파트가 이미 15억원을 훌쩍 넘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지역 추가 지정 시 이번 규제 영향권은 확대될 수 있다.
6·27 대출규제 우회 수단으로 지적받던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은 전면 금지하는 내용, 대출금액이 클수록 금융회사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에 납부하는 출연요율을 높게 산정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다만 이번 부동산 대책이 공급에 초점을 맞춘 만큼 파급력이 큰 대책은 포함되지 않은 분위기다.
이에 금융당국은 "여러 카드가 남았다"며 추가 대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조정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다.
신진창 국장은 "오늘 전세대출 한도 축소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1주택자들에게만 적용되지만, 전세대출 자체에 DSR을 적용할 경우 인천 빌라 전세금 5천만원을 빌리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며 "상황이 정말 안 좋으면 그런 방안까지 시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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