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취임 100일…'허니문 랠리' 후 박스권 갇힌 코스피
두달간 3,200선까지 올라 최고점 돌파 기대…'검은 금요일' 후 박스권
세제개편안·美관세·금리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발목'…"반등 기회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한 달여의 '허니문 랠리'를 마치고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가 다시 상승 동력을 찾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후보 시절부터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던 이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만인 지난 6월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하자 코스피는 날개를 달았다.
코스피는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 3,000, 3,100, 3,200선을 차례로 돌파하며 사상 최고점도 조만간 경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코스피는 세제 개편안 앞에서 제동이 걸렸다.
8월 1일 대주주 요건 강화 등이 담긴 세제개편 안에 대한 실망감으로 4%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이후 코스피는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과 미 기준금리 향방 등 대외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현재까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들어서는 점차 회복세를 보여 3,300도 넘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한다.
◇ 李대통령 취임 후 코스피 2,770→3,254…세제 개편안에 '털썩'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며 이 대통령 취임 첫날인 6월 4일 전장보다 2.66% 오른 2,770.84에 장을 마친 이후 6월 20일(3,021.84) 3,000을 넘기까지 불과 11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종가 기준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선 것은 2021년 12월 28일(3,020.24) 이후 3년 6개월 만이었다
허니문 랠리는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6월 24일(3,103.64) 3,1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7월 14일(3,202.03) 3,200선도 뚫었다.
코스피가 3,100선을 넘은 것은 2021년 9월 27일(3,133.64) 이후 3년 9개월, 3,200선을 웃돈 것은 2021년 9월 6일(3,203.33)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8월 1일)을 앞두고는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경계심리를 누르며 6거래일 연속 상승해 7월 30일 3,254.47에 장을 마치며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2021년 8월 9일(3,260.42)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였다.
사상 최고치인 2021년 6월 25일 3,316.08까지 61.61포인트를 앞두고 기대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시점에서 시장은 8월 1일 '검은 금요일'을 맞게 된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에 3.88%가 급락하며 차곡차곡 쌓아 올린 지수가 단숨에 3,110대로 밀린 것이다.
정부는 7월 31일 장 마감 후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세제 개편안이 오히려 종전보다 후퇴했다는 평이 쏟아져 나왔다.
◇ 불확실성에 묶인 '박스피'…"상승 여력 있다, 최고치 돌파도 가능"
검은 금요일 이후 코스피는 이를 만회할 뚜렷한 상승 재료를 찾지 못한 채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8월 4일부터 지난 5일까지 1% 이상 증감률을 보인 날은 닷새에 불과하다.
코스피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던 세제 개편안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물가 상승, 미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 위협 등 대외적 불확실성도 코스피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반등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은 정부 정책, 미 기준금리 인하 향방을 두고 기대와 경계심리 사이에서 코스피가 숨을 고르는 시기였다면 9월 중후반부터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 호재가 나올 경우 이를 토대로 재도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9월 코스피 범위를 2,950∼3,300으로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7월 3,200선 돌파 후 두 달간 3,050∼3,250 박스권 등락을 반복 중인데 가격 조정이 아닌 기간 조정으로 과열 해소 국면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후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하와 중국 경기 부양 확인 시 상승 반전이 가능하다"며 "이 경우 9월 후반부에는 3,100선 전후 지지력을 바탕으로 3,300선 돌파 시도가 가시화되고, 9월 말∼10월 초 역사적 고점 돌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조아인 연구원은 "매년 9월 약세론이 불거지나 이는 과도한 편견이며 현재 상황을 볼 때 주식시장이 하락했을 때보다는 상승했을 당시와 유사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과거 9월 강세를 기록했던 시기의 특징은 ▲ 완화적 통화환경(2005, 2007, 2009∼2010, 2019년) ▲ 장기간 주식시장 침체 이후의 회복 국면(2004∼2005, 2012∼2013년), ▲ 정부의 경기 회복 및 증시 부양 노력(2005, 2009, 2020년)으로 현재와의 유사성이 확인된다고 봤다.
조 연구원은 "실적 모멘텀(동력)과 투자 포인트가 확실한 시장의 주도주(조선·방산·원전), 금리 인하 시기와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한 바이오, 9월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과 방한객 증가로 구조적인 성장세가 기대되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관광) 소비로 압축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에 시장 기대치를 밑돈 정부의 세법 개정안과 부진한 기업 실적 등에 연말까지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며 7월 30일 기록한 코스피 3,254.47이 올해 고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분석도 지난달 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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