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첨단 장비 도입…'홈그라운드' 기술력 키운다
美 품목별 관세·중국 공장 리스크 확대에 EUV 도입으로 대응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강태우 기자 = 미국 정부의 반도체 관세 정책과 대중 수출 규제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홈그라운드' 기술력 강화를 통한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장악하던 첨단 D램 시장까지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국내에 최첨단 장비를 도입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현존 최첨단 EUV 장비 잇따라 도입…韓 생산기지 기술력 강화
3일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계 최초로 양산용 'High(하이) NA EUV' 장비를 이천 M16팹(Fab)에 반입했다고 밝혔다.
하이 NA EUV는 기존 EUV보다 해상도를 크게 향상시킨 차세대 노광 장비로, 한 대당 가격이 5천억원을 넘는다. 2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와 10나노 이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양산용으로 하이 NA 장비를 도입한 건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초 연구용으로 하이 NA 장비를 국내에 들여온 바 있다.
삼성·SK의 연이은 최첨단 EUV 장비 도입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한국을 제외한 주요 메모리 생산 기지인 중국 공장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내 생산기지의 기술력을 강화해 첨단 D램 전초기지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의 중국 공장을 오는 12월 31일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2년 10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금지했는데, VEU 자격이 있는 업체는 미국의 허가 없이도 장비를 수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은 VEU 자격을 얻어 약 3년 동안 중국 공장에 첨단 장비 등을 반입해왔으나, 이번 조치로 향후 공장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남부 일대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각각 기흥캠퍼스에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 'NRD-K(New Research & Development - K)'와 최첨단 HBM 생산을 위한 청주 M15X를 건설하는 등 국내 메모리 생산 기지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 미국 제재의 역설…중국 CXMT 성장 촉진 가능성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이번 VEU 철회 조치에 대해 한국 기업의 경영 활동을 옥죄는 것보다는 중국 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을 여파는 적지 않아 보인다.
양사의 공백으로 생기는 중국 내 메모리 공급망 빈자리를 CXMT(창신메모리) 등 현지 반도체 업체들이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는 이미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내수 수요에 힘입어 메모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CXMT의 올해 2분기 D램 점유율은 4.4%로 1분기(4.1%)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4위다.
특히 CXMT는 첨단 D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최신 D램 메모리인 'DDR(더블데이터레이트)5'를 선보이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고, 중국 빅테크에 납품하기 위한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를 내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자립화 움직임에 따라) DDR4와 같은 구형 D램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점차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살길은 첨단 기술 부문에서 격차를 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품목 관세 발표 지연에 '초긴장'…협상 진행 촉각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모든 시나리오를 열어두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정부와 우리 정부간 반도체 관세 협상 동향 파악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미 정부는 자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100%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 업계를 긴장시켰다. 다만, 미국 내 공장을 짓거나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은 제외하겠다고 밝히며 업계를 들었다 놨다 했다.
당초 지난달 중순 반도체 품목 관세가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지연되고 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는 반도체 관세를 두고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에선 극대화된 불확실성에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짙다.
품목별 관세 리스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압박까지 더해지며 경영상 애로사항이 크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기업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 외에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라며 "품목별 관세에 대한 정부간 협의가 마무리 되고 중국 공장에 대한 리스크가 해결돼야 공급망 재편 등 다음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jak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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