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개혁' 재무건전성 담보돼야…공공주택 분양가도 손볼까

입력 2025-08-31 08:08
'LH 개혁' 재무건전성 담보돼야…공공주택 분양가도 손볼까

"임대사업 손실 메우려면 공공분양 수익 필요…방향 정해야"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한 가운데 LH의 공적 역할 강화와 재무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LH가 조성한 공공택지를 민간이 분양받아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는다는 문제의식이 LH 개혁의 출발점이었지만, 택지 분양은 공기업인 LH의 적자폭을 줄이는 재무적 수단의 하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최근 출범한 LH 개혁위원회가 LH의 사업방식 개편과 기능·역할 재정립뿐 아니라 재무건전성 확보 방안도 논의 주제로 포함한 만큼 공공주택 분양가 상향 조정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31일 정부와 LH 등에 따르면 LH는 정책사업인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유지·관리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공공택지 조성·분양, 공공분양주택 공급 등 수익성 사업으로 상쇄하는 '교차 보전' 체계로 운영된다.

공공임대주택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취약계층 등의 주거복지를 지원하는 제도여서 근본적으로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인 데다 매년 유지·관리비용으로도 1조원 이상이 지출된다.

LH는 여기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우고자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일정한 이익을 붙여 민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재무건전성을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작년 말 기준 부채 규모가 160조원에 달한다.

민간 건설사들이 자체 사업을 하고 싶어도 직접 택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LH와 같은 공공기관이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일부는 민간에 판매해 민영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도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LH의 이런 사업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민간에 넘긴 공공택지의 개발 이익이 건설사와 수분양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이 대통령은 "(LH의) 택지 공급 가격과 실제 가격에 차이가 생겨 (건설사들이) 소위 벌떼 입찰을 하고 '로또 분양'을 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로또 분양은 분양가 상한 제한이 있다 보니 실제 시세와 크게 차이가 발생해 주변 집값을 폭등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 영역에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방법을 찾으면 시장이 이렇게 난리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LH가 시행사를 맡아 직접 주택을 짓고 건설사에는 건축 도급만 주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제는 LH가 서민 주거복지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긴 하지만 엄연한 기업인 만큼 택지 분양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방안은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공공임대주택 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거나 수익성 영역을 어떻게든 유지해야 하는데, 서민 지원이라는 정책 성격상 임대주택 임대료를 크게 올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측면을 감안하면 LH가 신도시 등에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의 낮은 분양가를 일정 부분 상향하는 것이 재무구조 개선과 '로또 분양'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많다.

LH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무조건 낮은 분양가로 가면서 로또 분양을 계속 만들 것인지, 아니면 시세보다는 당연히 낮아야 하지만 시장을 안정화하면서 공공분양에서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내 임대사업 손실을 메울 수 있게 할 것이냐를 두고 명확한 방향을 정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분양가를 올리면 LH의 재무건전성은 당연히 개선될 것"이라며 "공공분양은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20∼30%가량 낮은 것이 일반적 구조인데, 공공의 역할 등을 고려하면 시세 대비 10%가량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공공분양주택을 분양받을 때 당장 주택 구입자금으로 목돈이 부족한 중산층을 위해서는 LH가 보증을 맡는 저금리 융자 등을 제공해 공적 기능을 이어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간의 과도한 개발이익 수취를 막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활성화 등도 LH 개혁 과정에서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주택을 구매할 때 토지는 공공으로부터 임대하는 방식으로 저렴한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공급한다는 취지로 이명박 정부 시절 시범적으로 도입된 적이 있는 제도다.

그러나 이 역시 전매제한(의무거주) 기간이 지나고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면서 1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등 애초 취지가 변질했다는 지적이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초기 LH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뒤 장기간 회수하는 구조여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건이다.

아울러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이고, 2기 신도시 미매각 부지에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게 해 사업성을 높이는 것도 LH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방안으로 일각에서 제시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LH 개혁위에서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겠지만, 어떤 대안이 등장하든 LH가 재무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먼저 분석이 돼야 할 것"이라며 "LH가 현실적으로 공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업·재무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LH는 LH 개혁 착수에 발맞춰 새 정부 국정과제와 최근 부동산 정책·시장 여건 등을 분석하고 LH 기능·역할 재정립과 재무·경영 개선 방안 등을 도출하고자 'LH 기능·역할 개선 연구'라는 제목의 정책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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