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예금보호 상향 '독' 될까…신평사들, 리스크 주시
'머니무브' 기대감 미지근한데…수신금리 경쟁·예보료율 부담 '쑥'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높아지면서 저축은행 업권의 신용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신용평가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의 '머니무브' 효과가 기대되지만, 금리 인하기에 자금 이동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고 업권 내 경쟁 심화나 예금자보험료율 인상 등 잠재적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3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신평사들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저축은행들의 유동성 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도 저축은행 업권으로 자금 이동 효과가 실제로는 크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현재 저축은행이 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금 이동을 유발할 만큼 매력적인 수준의 금리를 제시할 여건이 못 되기 때문이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저축은행 업권은 수익성 저하와 연체율 상승 등 운용 여건이 악화해 금리 경쟁력이 약화했고 은행권과의 금리 차이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예금자 입장에서는 자금을 이전할 만큼 유인이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2.57%)과 저축은행(3.01%) 간 1년 만기 예금 금리 차이는 0.44%포인트다. 금리 인상기였던 지난 2022년 은행과 저축은행 간 금리 차가 1.5%포인트였음을 감안하면 매우 축소된 수준이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대출 여력이 위축된 상황이라 저축은행의 예금 수요도 감소한 상태"라며 "여기에 현재 은행과의 예금 금리 차이가 축소된 점도 감안하면 저축은행으로의 과도한 자금 유입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후 저축은행 업권으로 흘러들어올 자금이 그나마도 대형 저축은행에만 쏠려, 중소형 저축은행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저축은행 79곳의 예수금 점유율은 총자산 1조원 이상인 30개사가 84%, 총자산 5조원 이상인 5개사가 30%로 이미 대형사에 편중된 구조다.
곽수연 한신평 연구원은 "수신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달금리 상승으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할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수신금리 하향 안정화로 NIM이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금리 경쟁이 촉발되면 NIM 회복 지연으로 수익성은 재차 저하될 것"으로 우려했다.
안태영 연구원도 "특히 실적이 부진하거나 적자를 시현 중인 저축은행이 높은 자금 이탈 우려로 수신금리 인상 압력이 높을 텐데 이는 실적에 악순환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예금자보험료율 인상 가능성도 저축은행에는 큰 부담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재정 부담이 커지는 만큼 오는 2028년 지금보다 높아진 예금보험료율을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0.4%로 은행(0.08%) 등 다른 금융 업권보다 가뜩이나 높은데 예금보험료율 인상 시 마진 축소와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이 부분도 신평사들의 모니터링 대상이 될 걸로 보인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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