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AI 펀드, 일관성·유연성 겸비…개인화가 큰 목표"
김연추 미래에셋 웰스스팟 대표 "투자 AI 공장…주식·원자재 모델 준비 중"
"AI 탁월 분석,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워…AI 판단 잘 설명하는 것 큰 과제"
韓 금융 AI 위해 '데이터 호수' 필요…기술·금융 전문가 협업 활성화 고민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미래에셋그룹은 올해 '킬러 상품(선도 제품)'의 필수 조건으로 인공지능(AI)을 꼽는다.
업종 불문 다들 AI를 얘기하는 때지만, 미래에셋의 열의는 남다르다. AI와 자산 운용 노하우를 합친 상품을 선보여 금융 업계의 판도를 일찍 흔든다는 구상이다.
이 움직임의 중심엔 웰스스팟이라는 미국 계열사가 있다. 작년 12월 출범한 웰스스팟은 금융 AI 전문 업체로, 미래에셋 AI 구상의 '두뇌'로 꼽힌다.
AI 개발자와 금융 전문가가 함께 일하는 금융투자 업계의 대표 하이브리드(혼합형) 조직으로 주목받고 있다.
웰스스팟은 여러 투자 판단을 돕는 'AI 투자 모델(사고·예측체계)'을 개발해 자산운용사 등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6월에는 그룹의 미국 ETF(상장지수펀드) 자회사 '글로벌엑스'와 협업해 첫 작품으로 AI 기반의 회사채 ETF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웰스스팟의 초대 대표를 맡은 김연추 미래에셋그룹 부사장은 28일 연합뉴스와 한 국내 첫 인터뷰에서 AI 기반 펀드의 특징과 대해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일관성과 유연성이란 장점을 모두 챙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과 달리 감정에 영향받지 않고 장기간 같은 기조 아래 운용을 할 수 있으면서, 과거의 수치모델보다 훨씬 더 유연한 판단을 할 수 있어 위기 대처력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 AI의 큰 지향점으로 '개인화'를 제시했다.
AI들이 다들 틀에 박힌 수익률을 두고 경쟁하기보다는 고객 각각의 취향과 자산 계획 등을 분석해 개인에 최적화한 투자 해법을 내놓는 '다변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대표는 웰스스팟이 차기작으로 주식과 원자재(commodity) 투자를 맡는 AI를 준비하고 있으며, ETF들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EMP 펀드 분야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는 탁월한 분석과 진단을 내놓지만, 그 판단의 자세한 이유를 현업 금융 종사자조차 아직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런 AI의 판단 근거를 최대한 '고객 친화'적으로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이 향후 금융사들의 차별점이 될 것으로 김 대표는 내다봤다.
김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금융공학 전문가다. 한국투자자산운용에서 파생금융 업무로 탁월한 실적을 내며 'C레벨(사장급)보다 연봉이 높은 차장'으로 유명했고, 2019년 미래에셋의 상무보로 자리를 옮겼다.
작년 말에는 미래에셋그룹의 첫 40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금융투자 업계 입문 전엔 게임사 개발자로 일한 경험도 있어 각종 IT 기술과 금융을 두루 이해하는 리더로 이름이 높다.
김 대표는 미국 뉴욕의 웰스스팟 사무실에서 화상 회의를 통해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미래에셋그룹이 올해 강조하는 '킬러 상품'의 대표 주자가 AI 기반의 ETF다. AI를 공격적으로 ETF 운용에 쓴다는 기술적 의의가 돋보이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이 펀드가 왜 '킬러 상품'인지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 상품의 차별점을 정리해 얘기해달라
▲ 크게 말하면 일관성과 유연성이다. 둘이 모순처럼 들릴 수 있는데 일관성부터 보자. AI는 사람이 운용하는 것보다 운용 전략을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다.
기본 규칙(룰) 중심으로 운용하고 감정을 배제할 수 있고, 과거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객관적으로, 통계적으로 기초를 확보해 전략을 펼 수 있다.
한편 AI는 종전의 퀀트 모델(수치모델)과 비교해 훨씬 더 유연하다. 인공신경망에서 비(非)선형적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대 언어 자료 등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 숫자만 돌리던 퀀트 모델보다 대폭 더 다양하고 확장된 전략을 펼 수 있다.
이처럼 일관되면서도 유연한 접근을 펼 수 있다는 건 명확한 장점이라고 본다.
--첫 AI ETF가 미국 회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대상을 그렇게 정한 이유는
▲ 웰스스팟은 해당 ETF의 발행사가 아니다. 우리는 이 ETF의 AI 모델을 만든 곳이라 이 상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나 홍보와 관련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점을 양해해 달라.
기술적 측면만 설명하자면 미국 회사채 시장의 유니버스(투자 대상 범위)가 8천∼1만개에 달한다. 주식 시장보다 훨씬 더 크다. 사람이 일일이 이 종목을 거르고 평가하고 추리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자동화의 여지가 크다고 봤다.
우리는 비유하자면 AI 모델을 만드는 '공장'이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회사채를 다루는 AI만 있지 않다. 주식 모델도 있고 원자재(commodity) 모델도 있다. 이중 미국 ETF 발행사(글로벌엑스)가 가장 시장에서 실효성이 있고 상품화가 잘 되겠다고 판단해서 택한 것이 미국 회사채였다.
--어떤 성향의 고객을 주로 염두에 두고 이 AI 모델을 개발했나
▲ 많은 투자자가 미국 시장에 대해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2배나 3배 레버리지(시장의 움직임을 증폭해 따르는 파생금융 기반의 상품)의 투자도 흔하다. 이 때문에 이렇게 '불리쉬'(공격적인)한 상품은 시장이 다 선점된 상태라 우리가 추가로 들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였다.
이 때문에 우리는 위험 대비 수익의 최적화를 중시한다.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수익도 낼 수 있는 그런 상품을 만들고자 한다. 이런 운용은 시스템적으로 AI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본다.
(안정과 수익의 스펙트럼에서 중도 위치의 상품을 지향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다음에 진출하려는 영역에 관해 설명해달라
▲ 주식 및 원자재 투자 모델을 만들고 있다. EMP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여러 ETF에 투자해 이를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펀드다.
--금융 AI 관련해 다들 궁금해하는 주제가 '인간의 감독 정도'다. 분석과 판단을 기계가 맡더라도 인간이 어느 선까지는 검증·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즉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의 위치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상황과 전망은
▲ AI가 리서치(조사) 결과를 줘도 사람이 결국 모든 결과를 검토해 결정을 내린다.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신뢰성이나 규제를 고려할 때 아직 전적으로 AI에 맡기고 사람이 빠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모델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기술적 장치를 넣고 사전 백 테스트를 하지만, 신경망은 확률 원리로 작동해 틀에 박힌 일만 하던 예전 기계와 전혀 다르다.
예컨대 LLM(Large Language Model·언어에 특화한 생성 AI)은 '생각의 고리'(체인 오브 쏘트)란 기술 덕분에 단계별로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지만, 순차적으로 사고를 하다가 마지막에 결론만 뒤집어 버리는 경우도 존재한다.
더 봐야겠지만 AI와 인간은 계속 함께 갈 것 같다. 단 전체 업무가 100으로 볼 때 사람 비중이 30, 20식으로 자꾸 줄진 않을 것이다. AI가 종전 일을 대체하면, 사람은 이를 바탕으로 새 가치를 만들고 새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AI의 도움을 받아 사람이 종전과 다른 업무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한국 고유의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소버린 AI' 논의가 활발하다. 이중 한국 토종 금융 AI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는가
▲ 금융 AI의 관건은 금융 시장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한국에서 생성되는 고유의 금융 데이터가 많다. 예컨대 투자 주체별 매매 현황 등 거래소마다 다른 데이터가 나온다.
이를 금융 회사들이 쉽게 분석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 플랫폼(기반 서비스), 즉 '데이터 레이크'(호수)가 있다면 그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인력에 대한 고민이 크겠다
▲ 인재 유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특히 AI 기술을 잘 쓰면서 금융 분야도 잘 이해하는 양수겸장 인력이 정말 많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는 개발을 잘하는 직원에게 금융을 가르치고, 동시에 금융 분야 전문성이 있는 사람에게는 코딩과 AI를 가르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개발과 금융 두 분야의 사람들이 잘 협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각자 특화한 지식을 가진 이들이 같이 어울려 시너지(상호 성장) 효과를 내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기술에 서툴더라도 금융을 잘 아는 사람들이 더 손쉽게 개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기반 서비스)을 만드는 식으로 새 레이어(층위)를 만들기도 한다.
--미래에셋 '킬러 상품'론의 또 다른 주제가 가상자산이다. AI ETF와 함께 비트코인 커버드콜 ETF를 핵심작으로 내놨다. 가상자산 관련해 무엇을 준비하나
▲ 디지털 자산 시장은 애초 API(애플리케이션 활용 경로)나 데이터 인프라를 참 잘 갖춰놔 매우 '기계 친화적' 분야다. 이런 시장에 투자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 고민하고 있다. 장기적 과제로 접근한다.
--AI가 인간 금융 전문가를 뛰어넘는 놀라운 통찰력과 전략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체감한 적이 있나
▲ 그런 경우가 정말 많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로 분석하기 때문에 인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합의 데이터가 주가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찾아낸다.
애초 우리의 생각이 닿지 않던 데이터의 비선형적 조합이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인간의 직관에 들어맞는 전략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골든 크로스' '데드 크로스' 식의 유명한 풀이가 실제 기계로 검증하면 편견이고 통계적으로는 사실이 아니라는 걸 보게 된다.
--'알파고' 이후 바둑의 현황을 다룬 신간 르포 '먼저 온 미래'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제 많은 바둑 기사들이 AI의 기보를 따라 두는데, 왜 이 기보가 좋은지, 왜 이렇게 둬야 하는지 도저히 사람이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금융에도 있는가
▲ 마찬가지다. '사야 한다' '팔아야 한다' 시그널이 나오지만, 너무 많은 데이터를 갖고 딥러닝(기계학습)을 하기 때문에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솔직히 완벽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사후 분석과 대략적 설명은 가능하지만 참 어렵다.
AI의 결정을 고객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는 우리가 크게 주목하는 분야다. 얼마나 이런 설명을 친절하게 잘해주는지가 각 금융 회사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금융 AI가 진화해 종국엔 내 자산을 알아서 불려주는 만능 '수탁 관리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 모든 사람이 AI를 갖고 똑같이 고수익을 낼 수는 없다. 투자는 어떤 면에서는 경쟁이다. 단 우리가 각자 자산을 운용하는 목표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어떤 수익률을 추구하고 어떤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고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AI는 결국 고객의 재정 상황과 목표에 맞춰 개인화한 설루션(해법)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개인 최적화가 목표가 된다면 이 AI들이 단순 수익률만으로 서로 경쟁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수익률이 아닌 각자의 마음을 쫓는 수탁 관리자가 되는 것인가) 그렇다.
--금융 AI가 대거 보급되면 이런 AI들이 서로 수익을 좇아 과열 매매 경쟁을 하다 시장 폭락을 촉발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 흥미로운 지적이다. 예전의 퀀트(수치) 모델은 작동 방식이 단순했던 만큼 '동조화'하기 쉬웠다. 같은 목표 아래 엇비슷한 행동을 반복할 공산이 큰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AI 모델은 훨씬 더 유연하고 복잡하다. 모델 간 동조화가 덜 일어난다.
게다가 AI의 흐름은 개인화다. 개인화한 모델은 시장에 대해 다르게 반응한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것처럼 AI도 다양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조화로 위험이 증폭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본다.
--많은 영감을 받은 금융 AI 회사를 꼽는다면
▲ 금융권 바깥의 AI 회사에서 훨씬 더 많이 배운다(웃음).
내부적으로 생성 AI 서비스 '클로드'를 운영하는 엔스로픽을 많이 얘기한다. 클로드는 코딩 분야에서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그런데 매번 최신 버전을 보면 예전 버전 클로드의 도움을 토대로 실력을 높인다. 자신이 과거 만든 도구를 통해 스스로를 혁신하고 발전을 가속하는 것이다. 우리도 종전 모델의 금융 전략과 지식을 다시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새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현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이 부분에서 클로드에 큰 영감을 받았다.
메타(페이스북 운영사)도 좋아한다. LLM 라마 모델을 오픈소스(개방형 소프트웨어)로 제공하는데, 자기 혼자 모든 일을 독식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발전할 수 있는 프레임(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 우리도 다른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을 하는 곳이라 메타를 많이 닮고 싶다.
--개인적으로 AI 관련해 가장 중요한 기술적 진전은 뭐라고 보는가
▲ 이건 정답이 있다. LLM이다. LLM은 그냥 혁명이다. 나도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LLM은 10∼20년이 걸릴 것으로 다들 생각한 한계를 훨씬 더 빨리 넘어섰고, 그 이후의 발전 속도도 기존 예측보다 훨씬 빠르다.
게다가 우리는 LLM 덕분에 인간이 어떤 과정으로 사고하고 말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알파고 혁명 뒤 바둑 기사들이 AI와 바둑을 두면서 새 숲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하다.
--웰스스팟의 향후 1년 내 주요 목표를 얘기해달라
▲ 미국 내에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계속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한국에서도 뛰어난 AI 기술 회사가 많은데 이들과도 협업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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