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배터리 선점하자"…K-배터리, R&D 전열 재정비
'대규모 투자' 中 견제…전고체·건식공정 등 개발 속도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연구개발(R&D)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기술 내재화를 통해 원가를 낮추고 안정성과 성능을 높여 '포스트 캐즘' 시대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상반기 미래기술원장 직속으로 셀투팩(CTP) 기술 상용화를 위한 '파우치 셀투팩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셀투팩은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SK온은 또 국내외 배터리 신성장 동력을 체계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미래기술원 산하에 '미래기술전략팀'을 새롭게 편제했다.
앞서 SK온은 대전에 있는 'SK온 배터리연구원'의 명칭을 'SK온 미래기술원'으로 변경하고 기술 주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수시로 조직 운영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직속이었던 미래기술센터를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이관했다.
미래기술센터는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담당하는 핵심 R&D 조직으로, 연구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기술 중심 성장에 속도를 높이고자 'AI/빅데이터센터'와 '제조지능화센터'를 'AI/빅데이터 그룹'과 '제조DX그룹'로 전환했다.
삼성SDI도 대표이사 직속 '공정·설비 R&D센터'의 명칭을 '생산기술연구소'로 변경해 연구개발에 방점을 뒀다. 이 조직은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맡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중국 CATL, 비야디(BYD) 등은 대규모 투자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배터리 3사는 조직 재정비를 통해 연구 역량을 극대화하고, 장기적으로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 시점에서 시장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배터리 3사는 신규 폼팩터 및 케미스트리 개발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 건식 공정 등 차세대 기술력 확보에 일제히 뛰어든 상태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성이 낮고 주행 거리가 길어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며, 건식 공정은 기존 습식 공정 대비 전극 제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올해 내 고용량화와 양산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내로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건식 전극 공정 파일럿 라인의 양산성을 확보하고 2028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SK온도 지난해 미래기술원에 건식 캘린더 공정 파일럿 플랜트를 구축했으며, 올해 말에는 믹싱 공정 파일럿 라인을 준공할 예정이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지난달 열린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건식 전극 공정을 도입해 전극 공정 비용을 최대 30% 절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일시적 수요 정체 상황 속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점하는 업체가 다가올 전동화 시대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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