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타결] 차업계 일단 안도…"FTA 이점 잃어 EU·日보다 불리" 우려도
'FTA 무관세 한국'·'2.5% 관세 일·유럽' 미국 시장서 같은 출발선
현대차·기아 "관세 영향 최소화 추진…내실 다질 것"…"최악 상황은 피해"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대해 15%의 품목 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의 무역 협상 결과를 발표하자 한국 자동차 업계는 현행 25%의 고율 관세율이 낮춰졌다는 점에서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지난 10년 가까이 미국에 자동차를 무관세로 수출해 온 한국이 그간 2.5%의 관세를 적용받던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관세율을 부담해야 하게 되면서 이점이 사라졌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한국 차에 부과될 15% 관세율은 앞서 미국이 일본, EU와 합의한 관세율과 같다.
이날 협상 결과를 두고 현대차·기아는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며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신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미국에 국내 생산분 90% 가까이 수출하는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을 비롯한 자동차업계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최대 경쟁국인 일본, EU에 비교해 차별은 없다는 점에서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없던 상황보다는 타격이 있지만 일단 최대 경쟁국인 일본, 유럽과는 같은 조건을 받아들였기에 향후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산 차만 손해를 보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혼다를 비롯한 일본계 7개 브랜드의 판매량은 588만대(점유율 37.1%)였고 독일 3사를 포함한 유럽계 브랜드는 162만대(10.3%)를 판매했다. 현대차·기아는 총 17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10.8%를 차지했다.
이번 관세율 하향 조치는 현대차·기아의 수익성 개선에도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가 지난 4월부터 25%의 자동차 관세로 2분기 영업이익에서 본 손해는 총 1조6천142억원으로, 이로 인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15.8%, 기아는 24.1% 감소했다.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6% 줄었다.
다만 일본과 EU가 적용받는 15% 관세는 기존 2.5%에 자동차 품목 관세 12.5%를 더한 수치라는 점에서 한국도 기준점 격인 12.5%까지 관세를 내리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 분위기다.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아온 한국 브랜드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는데 유리한 고지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관세 협상 관련 브리핑에서 한국 측 협상단이 마지막까지 12.5%를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5%를 관철했다고 전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그간 FTA를 맺은 데 따라 일본이나 EU에 비해 얻어 왔던 이익을 다 놓치게 됐다, 현대차·기아가 관세에 따른 불이익을 안고 가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추후 한국 정부가 협상을 지속하면서 FTA의 이점을 조금이라도 살려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불공정 무역이 이제는 세계의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표준)가 됐다"며 "EU 등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협상을 한 점도 있고, 어차피 국내에서 미국산 자동차 판매가 많지 않아 별 영향이 없다고 정부가 판단해 받아들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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