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배터리 '적자난' 현실화…불확실성에 생존 경쟁 치열

입력 2025-01-09 10:55
캐즘에 배터리 '적자난' 현실화…불확실성에 생존 경쟁 치열

LG엔솔 작년 4분기 적자 기록…삼성SDI·SK온도 적자 가능성 커

트럼프 재집권·EU 정책 변화 등 불확실성 커…'기술력'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작년 4분기 실적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드는 분위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올해 업계 전망도 밝지 않은 가운데 각 기업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3사 4분기 줄줄이 적자 우려…수요·공급·정책 '삼중고'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4분기에 2천25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동기(영업이익 3천382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고 9일 공시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은 3천773억원으로, AMPC를 제외한 적자는 6천28억원이다.

4분기 매출은 6조4천512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14억)와 비교해 19.4% 감소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와 SK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삼성SDI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됐다.

작년 3분기에 분기 첫 흑자를 달성한 SK온도 4분기 도로 적자를 낼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는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정책 불확실성 등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에 '삼중고'를 겪고 있다.

캐즘 장기화로 주요 완성차업체(OEM)들은 전기차 출시 일정을 조정하고 재고를 늘리는 등 보수적인 판매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장점 삼아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를 수출로 해결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 올해도 불확실성 산적…'캐즘 이후' 경쟁력 확보 사활

올해 배터리 업계가 처한 상황 또한 녹록지 않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IRA 등 배터리 산업 지원책이 폐지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AMPC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책 변화로 업황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더라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올해 상반기 수혜는 유효하다는 분석이 있다.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시행하려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 환경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우려 요인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이 둔화하면 국내 이차전지 업체의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 업황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더 낮아질 것이며 이후 전기차 수요 개선 여부가 업황 회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터리 3사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12월 전사 차원의 위기경영에 돌입했고, 이에 앞서 SK온은 출범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삼성SDI는 작년 11월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최주선 사장을 새 수장으로 선임하고 경영 쇄신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작년 한해 미국 등 주요 공장에 대해 생산 시설을 효율화하고 착공을 일시 중단하는 등 속도 조절도 이어갔다.

배터리 3사는 올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 비(非)전기차 사업도 확대해 나간다.

3사의 수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제히 '기술력'을 언급하며 캐즘 이후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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