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산불 키우는 '악마의 바람'…하루에 여의도 3배 삼켜

입력 2025-01-08 16:34
수정 2025-01-08 18:11
LA 산불 키우는 '악마의 바람'…하루에 여의도 3배 삼켜

허리케인급 돌풍에 속수무책…주지사 비상사태 선포

올겨울 최악가뭄이 원흉…"기후변화로 악화했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의 해안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악마의 바람'으로도 불리는 돌풍을 타고 피해를 키우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LA 해안가 부촌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근 LA 일대에서 불고 있는 국지성 돌풍으로 인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샌타애나'로 불리는 이 강풍은 인근 네바다주와 유타주로부터 불어오는 건조하고 따듯한 바람으로, 가을과 겨울에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바람이 발생하는 원리는 네바다와 유타, 캘리포니아 등에 걸친 거대한 분지 지형인 '그레이트 베이슨'에 갇혀 있던 높은 기압의 공기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분지를 둘러싼 산맥의 틈새로 분출되듯 터져 나오면서 강한 국지성 돌풍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터져 나온 강풍은 거의 허리케인급 속도로 부는 데다가 바람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악마의 바람'으로도 불린다.

앞서 두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에도 LA 일대에 분 '악마의 바람'으로 인해 번진 산불로 주민 1만여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이러한 '악마의 돌풍'을 타고 번지는 산불의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통 1월은 캘리포니아에서 우기로 분류되지만,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해 이 지역에 이례적인 겨울 가뭄이 이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WSJ은 보통 1월까지 캘리포니아에 자주 내리는 비가 국지성 돌풍으로 인한 대형 화재의 위험을 상쇄시켜줬는데, 올겨울은 이 지역이 역사상 가장 건조한 날씨를 기록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 국립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LA 시내에 내린 비는 0.4㎝에 불과했는데 이는 보통 이 지역 평균인 1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NYT도 기후 변화로 인해 캘리포니아의 우기가 단축됨에 따라 이 지역에 샌타애나 강풍이 발생하는 시기가 산불이 나기 쉬운 건조한 환경과 점점 일치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오전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된 산불이 LA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저녁에는 내륙인 LA 북동부 알타데나산에서 또 다른 산불이 발생해 역시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LA 소방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약 5.1㎢였던 팰리세이즈 산불의 피해 면적은 저녁 6시 30분께에는 약 12.14㎢ 수준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는 여의도 면적 4.5㎢의 3배에 육박하는 크기다.

알타데나산에서 발생한 산불도 발생 2시간 만에 피해 면적이 약 1.6㎢ 정도로 커졌다고 미 ABC 뉴스가 전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밤 기준 주민 3만여명에 대피 명령이 떨어졌으며 건물 1만3천여채가 화재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보고된 사상자는 없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극심한 화재 위험을 야기하는 매우 위험한 돌풍이 불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국은 소방대원 250명 이상을 동원해 대응에 나섰지만 강한 바람으로 인해 헬기를 잘 띄우지 못하는 등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이날 밤까지 화재 진압률은 0%라고 밝혔다. 산불이 처음 발생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화마를 키우고 있는 이번 '악마의 바람'은 이튿날인 8일 저녁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뉴섬 주지사 사무실에 따르면 8일 저녁 6시까지 LA 등 캘리포니아주 일대에 최대 시속 약 160㎞에 달하는 강한 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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