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취임 D-10] 대통령 재선 꿈 접고 정치인생 마감하는 바이든

입력 2025-01-10 07:11
[트럼프취임 D-10] 대통령 재선 꿈 접고 정치인생 마감하는 바이든

진영 안에서 최대 성취로 평가된 트럼프 연임 저지, 트럼프 복귀로 퇴색

동맹결속·자유진영 리더 지위강화는 성취…인플레·아들 사면은 비판받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복귀와 동시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세기 넘는 영욕의 정치인생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지난 1973년에 델라웨어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이 된 그는 36년간의 상원의원 활동을 거쳐 2009∼2017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간 부통령을 역임하며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4년간의 공백을 거친 뒤 재기에 성공,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꺾고 미국 정치의 정점에 섰다.

그로부터 4년여 경과한 지금 그의 퇴장은 다소 씁쓸하다.

대통령 재선을 통한 집권 연장에 실패한 것은 물론 그가 2020년 대선 출마의 명분으로 삼았던 트럼프 재집권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이미 78세였던 바이든 대통령은 그해 3월 후원자들과의 만남 때 자신을 '과도기 후보'로 규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을 막고 차세대 정치인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을 대통령 도전의 의미로 스스로 천명했던 것이다.

그랬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누차 제기된 고령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저하 논란 속에서도 2023년 4월 대통령 재선 도전 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양원을 모두 내줄 것으로 예상됐던 2022년 11월8일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 자리를 유지하며 나름 선전하고, 트럼프가 백악관 복귀 도전을 발표(2022년 11월15일)하자 바이든 대통령도 재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트럼프를 이길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인플레이션, 불법이민자 문제 등의 악화로 인해 대체로 30%대의 저조한 국정수행 지지도를 보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별다른 장애물없이 후보 자리를 손쉽게 차지하는 듯 순항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되기 전인 작년 6월27일 트럼프와의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맥락을 벗어난 발언을 함으로써 결정적으로 고령과 인지력 논란을 증폭시키며 위기를 맞았다.

결국 그는 당 안팎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다가 7월 21일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체 후보로 내세워 적극 지원하며 민주당 정권 연장에 도전했다.



당시 그 결정은 '선당후사'의 결단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작년 11월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7개 경합주 전패를 기록하며 트럼프 당선인에 허무하게 진 뒤에는 '바이든의 후보 사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하는 지적이 쏟아졌다.

민주당 내부에서 지난 4년간 바이든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트럼프 연임 저지'였다면 지금은 그의 최대 실책이 트럼프의 재집권을 막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정책 측면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과정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결집한 것을 포함, 동맹 외교를 강화함으로써 전임자(트럼프) 집권 시기에 비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진영 선도국 지위를 더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의 개최가 보여준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체제 구축과 민주주의 정상회의 창설 등은 그런 맥락에서 평가받는 대목이다.

미중갈등이 무력 충돌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면서도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을 꾀한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면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있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법 등의 입법을 성사시켜 법에 명시된 거액의 보조금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미국내 투자 확대를 끌어낸 것도 미국내 제조업 기반 재건 면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취임 첫해인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혼란, 재임 중 터진 2개의 해외 전쟁(우크라이나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과 관련해 미국을 위협하는 나라들을 억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역량이 충분히 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때 자신이 계속 백악관에 있었더라면 우크라이나전쟁과 중동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것은 보수 진영 안에서 적지 않은 공감을 끌어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대선 전(前)에 여러 차례에 걸쳐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아들 헌터 바이든의 불법 총기 소지죄 등에 대한 사면을 결국 대선 후 단행한 것도 공화당 쪽은 물론 지지층 내부에서까지 반발을 샀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당선인 극성 지지자들의 이듬해 1월6일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된 피고인들을 트럼프가 취임 후 사면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격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4년 전 트럼프 당선인이 깨뜨렸던 미국의 평화로운 정권이양의 전통을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이어가고 있는 점은 기억해야 할 점으로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 대선이 실시된 뒤 8일만인 그달 13일에 트럼프 당선인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현직과 차기 대통령간 회동을 갖고 순조로운 정권이양을 위해 적극 돕겠다고 했다.

또 4년전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 미국 역사상 152년만에 처음으로 퇴임하는 현직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는 '기록'을 남겼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82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보도된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출마했다면)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은 주제넘은 것이기는 하지만, 여론 조사를 토대로 보면 그렇다(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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