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불안에 환율 20원 넘게 요동…금융위기 후 첫 1,480원대

입력 2024-12-27 16:00
정국 불안에 환율 20원 넘게 요동…금융위기 후 첫 1,480원대

장 중 1,486.7원까지 상승…주간 종가 2.7원 오른 1,467.5원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원/달러 환율은 27일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 중 1,480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2.7원 오른 1,467.5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4거래일 연속 상승해서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오른 1,467.5원으로 출발한 뒤 1,470원과 1,480원을 차례로 뛰어넘으며 오전 11시 34분께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장 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환율은 오후 들어 급격히 방향을 틀어서 상승분을 대부분 도로 내놓고 1,460원대 후반까지 내려앉았다.

연말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국내 정국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20원 넘게 급등했다가 오름폭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조정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간 거래 변동 폭은 21.2원에 달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한 권한대행이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탄핵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3인 임명 거부 등을 사유로 이날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은 국정 혼란 가중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맞서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당하면 경제 수장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최 부총리는 이날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는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안보·국민경제·국정의 연속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재고해달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도 환율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90포인트(1.02%) 내린 2,404.77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천733억원을 순매도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연말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달러 매수 물량이 몰리면서 변동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강달러 환경이 계속되고 내수와 수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까지 가세하면서 원화가 약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달러는 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금리 인하 속도 완화 전망에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108대로 올라선 이후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현재 108.149 수준이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0.18원이다. 전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930.83원)보다 0.65원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25% 오른 157.730엔이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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